EU "영향 제한적"… 친러 슬로바키아 등 반발우렌고이 가스관 사용 계약 종료, 수송량 '0'에너지 둘러싼 내분 우려… 선물가격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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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흐르는 러시아 천연가스 수송량이 '0'으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체결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 5년 사용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운송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가스프롬은 러시아 천연가스 수송량을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과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겨울철 에너지 수급 문제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 29일 집행위에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암묵적 수용은 잘못이고 비이성적이다. 긴장을 고조하고 상응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피초 총리는 가스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EU 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바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사실상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슬로바키아 등의 반발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길 체코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나 에너지를 둘러싼 EU 내분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러시아와 우호적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가스 계약이 체결되면 그때부터 '헝가리 소유'가 되므로 러시아산이 아닌 '헝가리산'으로 표기해 운송하자는 묘책을 내기도 했으나 우크라이나는 거부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운송 중단에 대처할 준비가 됐으며 이 시나리오에 대비해 1년 이상 회원국들과 협력했다"며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운송 종료가 EU 에너지 공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 요인에 취약한 가스 시장 특성상 다른 국가들도 간접 영향을 받아 결과적으로는 EU가 에너지 요금을 내리기 위해 개입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유럽 에너지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장악력이 예전보다는 약해졌지만 이번 '가스 분쟁'은 러시아가 여전히 EU에 경제·정치적 손해를 줄 만한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설했다.

    실제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2월물 선물 가격은 한때 메가와트시(㎿h)당 50유로를 찍었다. 2023년 11월 이후 최고가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달간 가스 가격이 메가와트시당 60유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