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8개월만 최대 상승폭…농축산물·석유류 견인농수축산물 4달째 두자랏대…휘발유(14%)·경유(15.2%)도 증가집값도 고공행진…전세 12개월·월세 11개월 연속 상승
  • ▲ 소비.ⓒ연합뉴스
    ▲ 소비.ⓒ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를 웃돌며 크게 올랐다. 3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파와 달걀 등 밥상물가를 대변하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넉달 연속으로 두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공업제품도 물가를 밀어 올렸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전세는 12개월, 월세는 11개월 연속 상승했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 올랐다. 최근 두달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이더니 2%를 웃돌았다. 2017년 8월(2.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7월 전 국민에게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이 제한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세를 타던 소비자물가는 9월 들어 여섯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넉달 연속 0%대 상승에 그치는 등 낮은 상승률을 유지해왔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상품은 3.7%, 서비스는 1.3%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13.1%)과 공업제품(2.3%)은 오르고 전기·수도·가스(-4.9%)는 내렸다.

    지난달에도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농·축·수산물로, 지난 1월(10.0%) 이후 넉달째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긴 장마와 태풍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은 파(270.0%)는 1994년 4월(821.4%)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51.5%), 달걀(36.9%), 고춧가루(35.3%), 쌀(13.2%), 국산쇠고기(10.6%) 등도 상승 폭이 컸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17.9% 뛰었다. 채소류는 19.3% 올랐다. 축산물(11.3%)은 달걀이 상승을 견인했다. AI 여파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반면 양배추(-38.1%), 당근(-25.6%), 생강(-18.9%), 무(-12.0%), 명태(-1.8%) 등은 가격이 내렸다.

    공업제품은 석유류(13.4%)의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두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그동안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휘발유(13.9%), 경유(15.2%) 등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급등했다. 석유류 상승률은 2017년 3월(14.4%) 이후 최고다. 빵(5.9%)과 구두(15.1%), 기능성화장품(9.3%), 자동차용 LPG(9.8%) 등도 1년 전보다 상승했다.

    반면 남자학생복(-73.0%), 여자학생복(-72.1%), 비데(-24.1%), 소파(-10.2%), 세탁기(-6.8%), 휴대전화기(-5.2%) 등은 가격이 내렸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10.3%), 지역난방비(-2.6%), 전기료(-2.1%)가 내렸다. 상수도료(1.1)는 올랐다.

    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1.0%)는 내리고 개인서비스(2.2%)는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국제항공료(14.0%), 외래진료비(1.8%)는 오르고 고등학교납입금(-100.0%)과 휴대전화료(-1.1%)는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9.7%)와 공동주택관리비(4.4%), 구내식당식사비(4.4%), 생선회(외식·(6.0%)가 올랐다. 반면 학교급식비(-100.0%)와 병원검사료(-12.5%), 피자(-2.9%), 커피(외식·-0.4%)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1.9% 상승에 그쳤지만, 전월보다 0.4%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2월 중순부터 조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6월(1.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집세(1.2%)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7년 12월(1.2%)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1.6%)와 월세(0.7%) 모두 상승했다. 전세는 2018년 4월(1.7%) 이후, 월세는 2014년 10월(0.7%)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12개월 연속, 월세는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 ▲ 4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연합뉴스
    ▲ 4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7.1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상승했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두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6.67로, 지난해보다 1.1% 올랐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반등한 뒤 두달 연속 상승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8.02로, 1년 전보다 2.8% 급상승했다. 식품(5.3%)과 식품 이외(1.3%)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4.6%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0.7%)와 신선채소(19.4%), 신선과실(19.3%) 모두 올랐다. 전달과 비교하면 신선어개(0.0%)는 보합, 신선채소(-6.7%) 하락했다. 신선과실(2.7%)은 올랐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제주(3.3%), 대전·전북·전남(2.7%), 경기·강원·충북·충남(2.6%), 대구·광주·경남(2.5%), 인천(2.4%), 부산·울산·경북(2.3%), 서울(1.7%) 등 모든 지역이 상승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다만 기저효과 등으로 2분기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도 지난달 30일 혁신성장 전략점검·정책점검·한국판뉴딜 점검회의에서 4월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지난해 2분기 기저효과로 일시 2%를 웃돌 것"이라며 "다만 연간으로는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하고 기대심리도 커지면서 인플레이션이 경제 회복의 복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