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첫날 1조930억 공매도 폭탄, 외국인 비중 87.4%동학 개미 '기울어진 운동장 여전'…공매도 제도 개선 해야 "기관·외인 상환기간 60일 적용, 증거금도 140% 수준으로"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코스피200·코스닥150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가 허용된 첫날, 1조원이 넘는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코스닥 지수가 하루 만에 2%대 추락하면서 시장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8140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의 4.9%를 차지했다. 공매도 거래량은 1854만5154주로 집계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각각 2790억원(3.1%), 968만3989주다.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작년 3월 13일)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 비중은 7.4%에서 4.9% 감소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 비중은 2.4%에서 3.1%로 소폭 증가했다. 

    투자주체별로 살펴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이 87.4%(9558억원)로 가장 많았다. 기관과 개인의 경우 각각 10.9%(1190억원), 1.6%(181억원)로 나타났다. 개인의 경우 대주시스템 개선 및 대주 재원 확충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공매도 비중이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1%에 그쳤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된 지 하루 만에 1조390억원의 공매도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바이오, 헬스케어 등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21.64포인트(2.2%) 내린 961.81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3월 31일(956.17) 이후 최저치다.

    반면 코스피 시장은 공매도의 충격을 덜 받았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20.66포인트 (0.66%) 내린 3127.20에 거래를 마쳤다. 낙폭이 과대한 자동차, 반도체, 보험 등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 당일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일간 수익률은 각각 -0.5%, -3.1%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공매도가 허용된 코스피200보다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에서 국내 대형주에 미친 공매도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며 "반면 코스닥150은 코스닥보다 낙폭이 컸다는 점에서 공매도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종목도 나왔다. 삼성카드가 56.8%로 공매도 거래 비중이 가장 컸으며, 현대해상(46.06%), 다원시스(41.56%), 엔케이맥스(38.34%), 오뚜기(37.77%), 롯데지주(37.65%), 씨젠(34.68%) 등이다. 

    공매도 거래가 각종 보완장치를 마련한 뒤 1년 2개월 만에 부활했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러한 수치가 공매도의 민낯을 제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투자주체별 공매도 주식 상환기간을 60일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기관·외국인 간 주식을 빌리는 대차 거래의 경우 대여자가 주식 반환을 요구하면 차입자는 즉시 반환해야 한다. 개인의 경우 60일이라는 차입 기간을 보장받는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현행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이 가능해서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면 결코 손실을 보지 않는 전가의 보도 역할을 하고 있다"며 "꼼수를 막기 위해 상환 후 동일 종목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공매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행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은 겨우 105%로 개인 신용의 140% 수준과 무려 8배나 차이가 난다"며 "금융위원회는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증거금을 140% 수준으로 적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담보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적어 기관과 외국인이 매수보다 공매도를 선호한다는 게 한투연 측 주장이다.

    이 외에도 ▲공매도 순기능 입증 ▲공매도 수익 과세 ▲거래소 종합 검사 ▲불법 공매도 증권사 처벌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 ▲개인 투자자 보호 전담 조직 가동 등 총 11개 사항을 금융당국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