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동 신축 이전 동시에 건립 가속도… 세계 최고 수준 목표 정기현 “감염병 대응 국가 체계 중요한데 결국 기부금으로 추진” 근시일 내 기금운용특별委 구성, 기부금 투입 계획안 확정될 듯
-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이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부금 5000억원을 기반으로 세워진다. 그간 신종감염병 사태가 터지면 반짝 관심을 두다가 종식과 동시에 정부의 외면을 받았던 사업으로 특별한 개인의 사회공헌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다행이면서도 씁쓸함을 남긴다.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삼성가(家) 기부금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기금운용특별위원회’ 구성을 이사회에 제안했다.이에 따라 삼성기부금의 운용에 관한 모든 권한은 조만간 개최가 예정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새로 구성되는 특별위원회에 이관돼 해당 기금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될 전망이다.구체적인 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이 기부받은 총 7000억원 중 5000억원이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쓰인다. 이는 국립중앙의료원이 2025년까지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미 공병단 부지’로 신축 이전하는 사업과 맞물려 투입된다.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 내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의 제반 연구활동에 투입될 전망이다.◆ 국가적 책임에 대한 ‘경종’6일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중앙감염병병원은 기부자의 뜻처럼 대한민국을 넘어 초일류,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건립될 것”이라며 “삼성의 기부는 그동안 공공보건의료의 기틀 마련에 미적대고 주저해온 모두에게 경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일련의 신종감염병을 겪으며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됐다. 하지만 종식과 동시에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고 결국 지지부진한 형태로 표류하는 상황이 지속됐다.그간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병 대응에 있어 선제적 접근을 위한 중앙감염병병원의 역할을 강조해왔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언제나 그랬듯 코로나 시국이 잠잠해지면 국립중앙의료원 이전과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예산으로 잡혀있는 약 6000억원의 집행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기부금이 들어와 예산 삭감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이와 관련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감염병 위기는 한 사람만 안전하다고, 전담병원 몇몇이 대응한다고 이겨낼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라며 “한 사람의 감염이, 온 국민의 삶, 나라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국가는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 상황 모면에만 그쳤을 뿐, 정작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투자에는 인색했다”며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격에 걸맞는 공중보건위기 대응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특히 “방역은 행정기관을 동원하는 것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의료 대응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 인프라 확충이 수반돼야 한다”며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