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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으로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2년 만에 지주사와 자회사로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당정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설립 취지였던 서민 주택공급 효율화는 물론 논란의 핵심인 내부통제 강화에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LH의 핵심 기능 일부를 민간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민간이양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LH 혁신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당정협의를 열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후 논의를 한 차례 더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혁신안에 대해 LH 땅 투기 사태를 촉발한 정보독점, 관리부실 등 문제를 해결하기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LH를 쪼개 지주사가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별도 자회사에 각각 토지 공급과 주택 건설 업무를 맡기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H가 통합되기 전 주택공사, 토지공사, 주택관리공단 등으로 나뉜 체제로 복귀하는 모양새여서 당 안팎에서 졸속 혁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지주사가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을 마련하면 자회사가 이를 시행하는 구조로 바뀌어 신속한 의사 결정과 실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국토부 방침에 맞춰 LH 주관 부서가 각각의 사업 계획을 수립해 최종적으로 사장이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자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되면 정부 방침에 따라 지주회사가 방향을 정하고 이를 자회사가 실행하는 다단계 구조로 바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중 핵심적인 내용이 주택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인데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리할 경우 행정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것"이라며 "LH 관련 자회사·지주회사 사장 자리만 더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게다가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취지가 실제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담보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기업의 윤리 경영과 내부통제 감시는 자체적으로는 이사회 고유 역할이며 외부적으로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인데 이를 지주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결국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논의를 의식한듯 LH는 직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자체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에게 승진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고 사적 이해관계 모임도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가 담겼다.
우선 실거주 목적 이외의 다주택자와 투기행위자에 대한 상위직 승진을 제한하는 등 채용·복무·승진·평가를 비롯한 인사제도 전 과정을 관리하기로 했다. 부동산 취득 제한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되는 경우 즉시 직권면직하고 국민 정서와 괴리된 사회적 물의 행동을 유발하는 경우 직위해제 조항을 신설했다.LH는 또 전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시 시행해 불공정·부조리가 확인되는 경우 즉시 수사 의뢰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예정이다. 전관 특혜 의혹과 갑질 근절을 위해선 건축설계 공모 심사위원 전원을 외부위원으로 교체하는 등 내부직원의 재량과 권한을 크게 축소했다. 전·현직 임직원의 사적 이해관계 모임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일부 전문가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국적인 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LH 업무를 지방 공기업으로 이양해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LH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자체적인 대책이 나오고 있는데 이와 함께 지나치게 집중된 LH 권한을 지방 도시공사로 나눠서 사업 시행을 분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조언했다.
일각에선 선(先)내부통제 강화, 후(後) 혁신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혁신 등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는 공감하고 필요성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 강화 등에 대해서도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권한 이양 등을 하려고 해도 지방공기업이 당장 주택공급 업무를 맡기는 어려워 시간을 두고 조직 혁신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