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올림픽 특수에 백신 접종 수요 상승 가능성까지국제 곡물가 가격 상승세 지속이 관건국내 식료품 가격 인상 도미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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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소현 기자
    여름 성수기에 돌입한 식품업계는 '폭염', '올림픽' 특수에 하반기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백신 접종 진행에 따른 수요 상승 가능성에, 추석까지 겹치면서 추가 성장 여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라면업계 1위 농심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연쇄적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애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에 이어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하반기 식품업계 '도미노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농심은 4년 9개월만에 라면 전 제품 가격을 평균 6.8%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오뚜기가 일부 라면 제품을 평균 11.9% 올리기로 밝힌 데 이은 가격 인상이다. 삼양식품 역시 라면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맥, 팜유, 콩, 우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식음료업계에선 애그플레이션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올 들어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과 팜유 선물가격은 각각 29.28%, 67.96% 상승했다. 

    외식업계 역시 한숨이 늘고 있다. 곡물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더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외식 소비 심리 위축에 배달 비중이 느는 데 따른 부가 비용이 늘었다. 배달 수수료나 배달 앱 수수료 등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역시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값에 부가비용까지 지속적으로 늘면서 이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격 인상을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며 "안 그래도 위축된 외식 소비에 불을 지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주요 곡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 기존에 판매 가격을 올렸던 기업 위주로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식품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특히 라면 같은 소비자 접점이 큰 식료품 가격 상승이 하반기 추가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소비자 체감 물가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가격 인상을 진행했더라도 국제 곡물가격 등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면 업체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에 따른 수요 증가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산업동향 이슈’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1.9%로 상반기 보다 0.1%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하반기 기저효과와 유가 급등으로 2.4%의 물가상승률을 보인 지난 2분기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질 전망이지만, 반기 기준으로 2017년 상반기 이후 최대폭 상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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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소현 기자
    추석을 앞두고 채소와 과일값이 뛰고 있고, 고기 가격도 오를 조짐이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채소와 과일 값의 상승세는 휴가철 수요는 늘지만 무더운 날씨로 공급은 줄고 있는 영향이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8일 기준 시금치(1kg) 가격은 1만2841원으로 1년 전(9519원) 대비 35% 올랐다. 여름 제철 과일인 수박(상품, 1개) 가격은 1년 전(1만8429원)보다 24% 상승한 2만2908원에 달한다. 사과(상품, 10개)는 3만2867원으로 한 해 전(2만7041원)보다 21%, 배(상품, 10개)는 5만2254원으로 전년(3만5316원)대비 48% 뛰었다.

    월간 기준 돼지고기·소고기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 국산 냉장 삼겹살(중품) 100g의 7월 평균 소매가격은 2607원으로 전년 대비 12.2% 비싸다. 한우 등심 1등급 100g의 7월 평균 소매가격은 1만 99원으로 2년 전 같은 달에 비해서는 22.0% 올랐고 10년 전 같은 달에 비해서는 78.0% 올랐다.

    여기에 사료 가격이 급등하며 추가 가격 상승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업체별 사료 가격은 2~3월 1포당 1000원 이상 오른 데 이어 이달 초 또다시 1포당 1000~1250원 인상됐다.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료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석 수요 급증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은 이달 초부터 식품산업정책실장을 단장으로 ‘주요 농산물 물가 관리 비상대책반을 마련한데 이어 작황 변동성에 대비한 수급 안정대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