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테이퍼링 경고음 커지는데…"韓 외환보유고 BIS 권고 절반도 안돼"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와 환율 급등 등에 대비해 보유외환을 대폭 늘리지 않으면 자칫 제2의 외환위기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27일 경제계에 따르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6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무역학회 주관 2021 제주도 세계학술대회 및 제2회 제주 글로벌비즈니스 서밋에서 이런 내용의 '포스트 코로나와 한국의 신 통상전략' 논문을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해당논문에서 "올 하반기 예정된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대비해 12월31일 만료되는 한미통화스와프 연장과 외환보유고 9300억 달러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코로나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물가가 5.4%로 상승하고 고용도 크게 늘었다. 내년부터는 기준금리도 올릴 예정"이라면서 "한국도 미국의 달러 환수에 대비해 26일 기준금리를 0.25% 올렸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 물가 인상 등을 막고자 내년까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이전 수준인 1.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한국의 국제금융 현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발 테이퍼링 우려에 투자 심리가 위축하면서 지난 19일 코스피는 4개월여 만에 31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8.2원 급등한 1176.2원에 마감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김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2008년에도 미국 테이퍼링으로 환율이 1600원까지 상승했다"며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비율이 30%쯤으로 높다고 경고했다. 올해 환율이 급등하고 달러가 부족한 국가에 한국이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과 함께 거론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 만료, 한일 통화스와프 거부, 단기외채비율 상승, 세계 2위 무역의존도(65%), 신흥국 국가부도 등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국내총생산(GDP) 1조6300억 달러의 28%에 그친다.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은 스위스 145%, 홍콩 140%, 싱가포르 117%, 대만 90%, 사우디아라비아 58% 등이다. 김 교수는 "한국을 포함해 외환보유고 비중이 30% 이하인 국가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 설명으로는 국제결제은행(BIS)가 권고한 한국 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다. 하지만 지난달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4586억 달러로, BIS 제안보다 4000억 달러나 부족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를 교훈 삼아 정부는 미국의 달러 회수와 기준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올해 말 만료되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연장하고 보유 외환을 확대해야 한다. 다시는 IMF 외환위기를 겪지 않게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은 환율상승에 대비해 달러를 보유하기보다는 애플 등 미국 우량주를 매입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