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불법 의료 조장… ‘마취과’ 강력 반발간호계, 불법진료의 원인은 ‘의사수 부족’복지부, 자격제도 활성화… 인력의료 효율적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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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 개정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가 충돌하고 있다. 직역간 갈등의 골이 최대치로 쌓였고 추후 어떤 방식으로 폭발할지 우려되는 시점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거센 상황이라 시급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논란 자체가 복지부가 만든 개정안 때문이라 정부 개입도 어렵다. 오는 13일 입법예고 종료일까지 의사와 간호사 대표단체는 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다룬 개정안이 뭐길래  

    지난달 복지부가 발표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등에 관한 개정안’에는 마취, 응급, 아동, 중환자 등 13개 분야별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특성에 맞게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전문간호사는 간호사 면허를 가진 이가 전문적인 교육 등을 통해 의료법 제78조에 따라 특정 진료과에 대한 전문 간호 자격을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대목은 전문간호사들이 의사의 ‘지도에 따른 처방 하에’ 또는 ‘지도하에’ 분야별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이다. 

    의료법 제2조에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됐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했다. 

    복지부 측은 “분야별 업무 범위를 규정해 전문간호사 자격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문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취지가 개정안에 담겼다”고 밝혔다.

    ◆ 시도의사회-마취과 중심 의료계 “개정안 폐기”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 개정과 관련 전방위적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해당 개정안을 두고 각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폐기를 요청하고 나서고 있다.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 업무를 넘어선 개정안은 현행 법령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주축을 이룬다.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의사의 면허범위를 침범하고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해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드는 행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의사회, 강원도의사회, 경북의사회, 충북의사회 등은 최근 성명을 통해 “개정안은 ‘지도’라는 의료법상 개념과 별개로 의료 현장에서의 실무와 부합하지 않는 ‘지도에 따른 처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개정안이 폐기되지 않을 경우 결사 항전의 각오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반발이 가장 거세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마취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전문간호사가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마취통증의학회는 “마취행위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이며 결코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없는 분야”라며 “아무리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있다하더라도 마취전문간호사의 단독적인 마취행위는 모두 불법이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 간호계, 불법진료의 원인은 ‘의사 수 부족’ 

    간호계는 해당 개정안이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며 불법진료의 원인은 의사수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불법 진료의 근원은 의사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의협은 정부와 간호사 등 다른 보건전문인력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간호사협회 역시 “의사들이 파업을 강행할 때도 빈자리를 지킨 의료인은 전문간호사”라며 “전문간호사는 국가가 인정한 의료인임에도 의사들은 결코 동료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문간호사를 ‘불법의료 행위자’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로봇이 암을 진단하고 수술하는 시대에 다른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한마취간호사회도 입장문을 통해 “마취와 관련한 불법 진료행위는 의사가 전문간호사에 대한 지도 업무를 포기한 채, 마취진료 자체를 위임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1977년부터 마취분야 간호사는 전신마취와 국소마취를 실습했고, 법원 역시 집도의의 감독·지도하에 시행하는 마취업무는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