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사 안건 상정… 10월 신설법인 출범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 초대 대표 맡을 전망배터리 수주잔고 1TWh… 2030년 CAPA 500GWh 목표
  •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강민석 기자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강민석 기자
    SK이노베이션이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과 정관 일부 개정안 의결에 나선다.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은 향후 추진할 IPO의 사전 단계로, SK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필요한 투자금 상당액을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배터리 사업 및 석유개발(E&P) 사업 부문의 분할 안건과 이익배당을 금전 외 주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분할 방식은 존속법인인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분할해 신설하는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SK는 10월1일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배터리(가칭)'와 'SK E&P(가칭)'를 각각 출범시킬 계획이다.

    임시 주총 안건에는 가칭으로 'SK배터리', 'SK E&P'로 명시됐으나, 이와 별도로 특허청에 사명 후보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회사 사명 후보로는 △SK 온(on)과 △SK 배터러리(betterery) △SK 넥스트(next) 등의 상표를 등록했다. 석유개발 회사 사명으로는 'SK 어스온(SK earthon)'을 출원했다.

    배터리 신설법인의 대표 자리에는 그동안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총괄해 온 지동섭 사장이 예상된다. 석유개발 법인 역시 현재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명성 부사장이 계속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관심은 성장 잠재력이 큰 배터리 분사에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이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의 지분을 동일한 비율로 갖는 인적분할 대신 물적분할을 택한 것은 향후 IPO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고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LG와 같은 절차를 밟는 것으로, 이제 막 성장 가도에 올라선 전기차 시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투자금 확보가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공통된 과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업계에서 후발주자로 꼽혔지만, 공격적인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정책을 통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7월 누적 기준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5.4%로 5위를 차지하며 삼성SDI(5.1%)를 앞서기도 했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7월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정공시를 통해 향후 5년간 약 3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배터리에만 절반 이상인 18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실제 7월 초 SK이노베이션은 '스토리데이'를 통해 배터리 수주잔고가 1TW+α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기차 1500만대 수준으로, SK이노베이션의 현재 배터리 연 생산능력이 40GWh, 연간 6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확대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ESS, 플라잉 카,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시장을 확장하고 배터리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 실행도 가속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배터리 사업 분사 후 상장은 지분가치가 희석된다는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7월1일 분사 계획 발표 당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날 대비 8.8% 급락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전날 제16차 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등 주주권 행사를 심의하는 기구다.

    수탁위 측은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배터리 사업 등 핵심사업 부문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상반기 기준 지분율 8.05%로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33.4%를 보유한 SK㈜다.

    이번 결정은 2018년 주주권 행사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른 것으로, 국민연금은 앞서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할에도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