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IPO 기업들 몰려, 투자 매력 높은 곳 쏠림 가능성정확한 정보 공유 위해 상장일정 재조정, 만반의 준비 거쳐 '핀테크 규제' 리스크에 카카오페이 상장 발목, 일정 불투명
  • 하반기 기업공개(IPO)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증시 입성을 예고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장을 앞둔 일부 기업들은 일정 재조정에 나서며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공모주 시장에는 씨유테크와 케이카가 수요예측에 나선다. 

    스마트폰 부품업체 씨유테크는 오는 23~24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525만주를 모집하며 공모가 범위는 5100~5600원이다. 공모가가 상단으로 책정되면 294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어 28~29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 씨유테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사용되는 연성 인쇄 회로 조립(FPCA) 등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표면실장기술(SMT) 전문기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케이카는 오는 27~2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일반 청약에 나선다.

    총 1683만288주를 모집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4300~4만3200원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7271억원을 모집하게 된다. 국내 1위 중고차 매매 전문기업 케이카는 지난 2018년 4월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뒤 같은 해 10월 출범했다. 중고차와 렌터카 사업부문으로 구분되며 올해 상반기 매출액 기준 중고차 사업부문 98%, 렌터카 사업부문 2.5%의 비중으로 이뤄졌다.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회사 정보를 알리기 위해 상장 일정을 조정하거나 당국의 제재로 일정에 차질을 빚은 곳도 있다. 

    럭셔리 핸드백 ODM 글로벌 1위 기업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당초 24~27일로 예정된 수요예측을 다음달 18~19일로 연기하고, 일반청약은 10월 25 ~26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총 공모주식수 837만주, 희망공모가는 3만9200~4만7900원으로 변동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상장일정 재조정은 투자자에게 보다 정확한 회사정보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금융감독원과 협의 하에 최종 결정했다”며 “IPO 기간 연장에 따라 국내외 우량 투자기관 대상의 IR미팅을 확대해 압도적인 럭셔리 핸드백 ODM역량·영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공유하고 응원을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권리조사 전문기업 리파인도 수요예측 일정을 미뤘다. 오는 10월 14~15일 수요예측, 20~21일 일반청약에 나선다. 총 공모주식수는 433만주다. 공모희망 가격은 2만1000~2만4000원으로 공모가 예상밴드 기준 시가총액은 3649~4169억원이다. 

    공모 일정까지 조율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4분기는 연말까지 IPO를 완료하려는 기업들의 공모 도전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공모 일정이 겹칠 경우 기관과 개인 투자자 모두 보다 투자 매력이 높은 기업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관과 달리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다소 주춤해진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IPO 시장은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역대 동월 최고치를 갱신하며 높은 경쟁률을 유지했지만, 일반청약 경쟁률은 크게 하락했다. 기관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1163대 1, 일반청약 경쟁률은 797대 1을 기록했다.

    특히 8월 일반청약 경쟁률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작년 8월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IPO 대어들에 대한 일반인 청약 경쟁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8대 1,롯데렌탈은 66대 1, 카카오뱅크가 181대 1, HK 이노엔이 389대 1 등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IPO 시장은 지수가 박스권을 유지하며 주가 변동성이 컸던 가운데, 기관 투자자는 꾸준하게 IPO 시장에 참여하면서 100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되면서 낮은 일반청약경쟁률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카카오페이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에 상장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 7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의 정정요구에 따라 한 차례 상장이 연기됐다. 이에 지난달 31일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을 마치고, 오는 10월 14일 상장이 예고된 상태였다. 그러나 규제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상장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12월 결산을 하는 동일한 회계 일정을 가진 만큼, 올해 11월 성수기는 변함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PO 시장에서 매년 11월은 연중 최고치의 신규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이 진행된다. 올해 시장은 쉼 없이 달려간다는 게 특징이다. 

    일명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한가)이라 불리는 주가 급등 현상은 재차 짚고 넘어갈 문제로 꼽힌다. 2017 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연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에서 2019년은 연간 2~5개로 나타난 반면, 2020년 연간 10개, 올해 9월 누적 14개로 급증했다. 

    규모의 변수도 있다. 2017년부터 올해 9월 15일 기준 신규상장한 341개 기업 가운데 공모가 대비 상장일 수익률 160%를 기록한 기업은 34곳이다. 이 중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중대형 기업은 4개 불과하다. 3000억~1조원 미만의 중형급 기업조차 하나도 없었으며, 30개 기업은 모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3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기업으로 집계됐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소위 ‘따상’이라 불리는 특별한 현상은 규모가 작은 중소형 코스닥 신주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크고 좋은 기업들이라고 160%를 떼어놓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