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어 2금융권까지 대출 중단사태 확산세입자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반전세 계약 크게 늘어무주택자 공공분양 중도금 마련 난항…계약 포기 급증
-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대출절벽'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금융권까지 대출 옥죄기가 예고되면서 결혼과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들과 세입자 등 무주택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등에 한시적으로 새로운 한도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에서 공통적으로 다른 은행 대출을 KB국민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은 아예 금지된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낮은 금리가 적용되던 일부 부동산 대출과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오는 11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연말까지 은행들의 강력한 대출 조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 실수요자 비중이 큰 전세대출이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입자들은 높아진 전셋값을 추가로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전세 대신 반전세 계약을 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30%대 초반에서 1년 만에 4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무주택자들은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새로 전세를 구하려면 같은 보증금에서 월세를 추가로 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례로,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2년 전 전셋값이 7억원이었지만 올해 초에는 보증금 7억원에 월세 100만 원의 반전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공공분양주택에도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적용되면서 현금이 부족한 무주택 서민들이 청약을 포기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공공분양은 그 특성상 후분양 혹은 분양에 앞서 공사를 시작한 아파트가 많은데, 그만큼 중도금 납부기간이 짧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인 성격이 강한 공공분양마저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업계 한 전문가는 "중도금 대출이 막힐수록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출총량을 관리하더라도 무주택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