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개설·상품 가입 설명 업무 과중돼 신규 고객 유치 부담기존 고객, 적합성평가서 투자성향 괴리…포트 구성도 제한적투자자들도 불편 호소…추후 제도 보완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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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전면 시행된 가운데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으로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증권사 영업점에선 신규 고객 유치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고객에겐 원래 판매하던 상품만을 고수하거나, 금소법 부담에서 자유로운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하는 등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전보다 소극적일 수밖에 없단 토로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금소법은 6개월간의 계도 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금소법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사들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다. 상품 가입 권유 및 설명 시 각종 절차가 강화되고 판매규제 위반 시 판매자는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금융사에는 해당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애매모호해 현장의 혼란을 가져왔던 기준들이 계도기간 동안 비교적 명확해지긴 했지만 제도 안착과는 별개로 영업점 PB들은 위축된 영업 환경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규제 적용이 본격화된 만큼 체감상 그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방대한 설명 업무 부담으로 현장에선 신규 고객을 받는 게 오히려 달갑지 않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현재 신규 고객에게 소요되는 시간은 계좌 개설부터 펀드 상품 하나 가입에 이르기까지 통상 1시간을 훌쩍 넘기는 상황이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규 유치하기보단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 

    제도 자체가 그렇다고 설명해도 짧지 않은 절차에 고객들의 불만을 듣는 일도 잦다. 지점을 처음 방문한 일부 고객이 상담을 받다가 1시간 내지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절차에 불만을 품고 지점장실에 항의하는 일도 왕왕 벌어지는 풍경이다.

    초대형사 한 지점장은 "상담하고 관리해주는 게 PB의 주 업무인데, 별도로 늘어난 업무로 기존 고객 관리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못 쓰고 있다"면서 "고객 관리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고객 수나 관리 자산이 많아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요새는 추가적으로 신규 고객을 받는 게 반갑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기존 고객의 경우 투자자 적합성평가로 도출된 투자 성향과 실제 그간 해온 투자 성향 간 괴리도 크다. 그간 위험등급이 높게 분류되는 투자형상품에 투자해온 고객 역시 설문조사에선 '원금 보존을 추구한다'는 항목을 체크하면서 실제보다 훨씬 보수적인 성향으로 도출된다.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할 때 이를 통해 도출된 투자 성향에 근거하는데 막상 투자 성향을 조사해보면 기존에 줄곧 투자해온 상품을 설명할 수도, 가입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 상품의 위험도에 비해 과도한 위험고지로 고객들이 투자를 꺼리게 되는 상황도 종종 생긴다. 리스크가 낮다고 평가받는 채권형펀드조차 평가 성향에 따라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존 고객의 쏟아지는 불평을 받아내는 것도 PB의 주 업무가 됐다.  

    초대형사 한 PB는 "사실상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주는 위험도가 매우 낮은 발행어음형 상품인데도 위험도상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하며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강한 톤의 위험고지를 해야 한다"면서 "그 얘기를 듣고 선뜻 이 상품에 가입하긴 쉽지 않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오던 고객들도 훨씬 주춤하고, 안전한 상품을 가입해놓고 숙려제도 마지막날 취소하는 등 허탈한 경우가 잦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일반 펀드 대신 ETF와 같은 규제 부담에서 자유로운 포트폴리오 구성을 추천하는 편이다. 

    대형사 한 PB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한번의 일임계약으로 다양한 자산을 쉽게 포트 조정이 가능해 다른 상품에 비해 상황이 조금 낫긴 하지만 그마저도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결국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 성향이 상향돼야 한다"면서 "사실상 가장 편한 ETF 위주로 추천할 수밖에 없고, 포트 구성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하기가 어려워진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금소법 시행으로 늘어난 절차는 금투업계 종사자조차 투자자의 입장이 됐을 때 상당한 부담으로 체감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직원인 A씨는 최근 태어난 아이를 위해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싶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수일째 망설이고 있다. 일반적인 주식 계좌 개설은 비대면을 통해 손쉽게 이뤄질 수 있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지점 창구에서 대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금소법 관련해 설명 의무가 강화되다 보니 계좌 개설에만도 설명을 듣는데 1시간 가까이 걸리고, 지점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부담이 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업무적으로는 금소법에 대한 체감이 별로 없었다가 아이가 태어나니 금융소비자로서의 불편함을 느끼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형사 한 지점장은 "당장 현장에선 규제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전에 2시간 걸리던 업무가 1시간으로 줄어드는 등 점차 적응해나가고 있다"면서 "직원들에겐 멀리보면 결국 고객뿐 아니라 금융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라고 달래고 있다. 본격 시행 초기인 만큼 설익은 부분은 있지만 추후 제도 보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