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MAX 그대로 구현이착륙·기상악화 생생하게 항공덕후 성지… 연인·가족 예약 쇄도
  • ▲ 제주항공 조종체험카페 '비행맛' 체험존 ⓒ 강민석 기자
    ▲ 제주항공 조종체험카페 '비행맛' 체험존 ⓒ 강민석 기자
    제주항공이 비행체험 카페 ‘비행맛’을 개장했다. 실제 조종사 훈련에 투입되는 비행 시뮬레이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비행맛은 제주항공 계열호텔 홍대 홀리데이 인에 마련돼있다. 프로그램은 매주 주말 운영하며, 예약 팀당 한 시간 체험이 가능하다. 지난달 개장 후 SNS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입소문을 탄 덕분에 이달 예약은 벌써 마감됐다. 

    운항 체험을 위해 지난 30일 현장을 찾았다. 호텔건물 로비층에 마련된 체험장은 외벽부터 비행기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줬다.

    현장에 마련된 시뮬레이터는 보잉 737 MAX8를 본땄다. 결함 이슈로 국내 운항이 중단된 기종이지만, 체험 기기는 실제와 똑같다. 실제 신입 부기장 교육에 투입됐던 기기로, 초기 훈련생들은 시뮬레이터 교육을 한 달간 진행한다.

    체험공간은 항공에 관심이 많은 ‘항덕(항공덕후)’들과 연인들이 데이트를 위해 주로 방문한다. 학부형이 자녀와 함께 찾기도 하며, 현직 조종사와 준비생의 방문도 꽤 있는 편이다.
  • 문을 열고 들어가면 훈련 교관이 반갑게 맞아준다. 실제 비행 전 진행하는 ‘브리핑’을 갖기 위해서다. 조종사는 매 운항 전 날씨, 출도착 관련 사항을 공유하는 브리핑을 갖는다. (유튜브 영상 참고)

    운항 노선은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장주비행’ 코스라는 설명을 받았다. 장주비행은 출도착지가 같은 코스로, 훈련 비행에 주로 활용한다. 날씨는 ‘맑음’으로 설정했다. 시뮬레이터 체험은 30분 전후로 이뤄진다. 체험자가 원하는 경우 출도착 공항과 날씨 정보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브리핑 후에는 훈련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조종 체험인 만큼 소매에 네 줄 장식이 들어간 기장 유니폼을 입었다. 실제 제주항공 조종사복을 현장에 비치했으며 여성, 남성용 객실승무원 유니폼도 체험할 수 있었다.

    왼쪽 기장석에 앉아 운항 전체를 직접 통솔해보기로 했다. 이륙 준비를 위해 보조 날개를 조정하고, 시동을 켰다. 자동차 시동을 걸듯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엔진등에 불이 들어왔다. 

    이후 이륙 준비를 위해 핸들을 돌려 활주로 쪽으로 이동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좌석 바로 앞에있는 큰 핸들을 당겼다. 핸들을 당기면 비행기가 뜨고, 누르면 내려간다. 

    이륙 후에는 하늘에서 바라보는 지상 모습이 큰 스크린에 띄워진다. 김포공항에서 이륙했을 때와 같은 풍경이 펼쳐졌으며, 화창한 날씨 덕분에 이륙이 수월했다.

    순항고도에 들 때까지는 신경 쓸 상황이 많다. 조종석 모니터에는 안전한 비행을 위한 중앙점이 띄워진다. 과녁을 맞추듯 핸들을 조금씩 움직여야한다. 바람 등으로 기체가 흔들리는 탓에 위치 유지가 쉽지 않았다. 방향 지시 모니터 옆에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항로 안내 화면이 떠있다.

    안전고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경고음과 함께 기체가 흔들린다. 운항 중 실제로 추락 상황을 겪었다.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 ▲ 시뮬레이터 체험 모습 ⓒ 강민석 기자
    ▲ 시뮬레이터 체험 모습 ⓒ 강민석 기자
    순항고도에 들어서면 자동비행 모드를 켤 수 있다. 모드 전환 시 방향전환까지 자동으로 가능하다. 도착지와 가까워지면 착륙 준비 신호가 뜨고, 고도를 유의하며 핸들을 밀면 조금씩 하강한다.

    항공기가 땅에 닿기 전 랜딩(착륙) 준비도 미리 해야한다. 지상용 바퀴를 꺼내고, 착륙 후에는 배정받은 게이트까지 지상 이동한다. 

    착륙 후에는 측면에 달린 지상용 핸들을 조작한다. 김포공항과 똑같은 화면이 띄워지고, 승객 하차를 위해 브릿지 앞으로 주차를 완료했다. 시동을 끄고 완료음이 들리고 나서야 진짜 비행을 한 듯 안심이 됐다.

    밖으로 나오니 등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체험이었지만 생생한 상황에 모르는 새 긴장이 됐나보다.

    체험 콘셉트처럼 ‘행복한 비행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공간. 코로나 시국 속 모처럼의 즐거운 취재 현장이었지만, 하루빨리 운항승무원들이 자신들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