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규제 은행에 자율규제 맡기며 살 얼음판'차질없는 공급' 약속했으나 대출 금리 5% 수준 넘봐국민은행, 신규 전세대출 원금 5%이상 분할상환 필수
  • 금융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서 전세대출을 '열외'로 뒀으나 금융권에 자발적 규제로 맡겨두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제에 따라야 하는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전세자금 대출에 관한 원금 일부를 함께 상환하는 '분할상환'을 의무화 했다. 전세대출을 취급할 때 원금의 5%이상을 반드시 분할상환해야 한다. 총량제 한도에 근접한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분할상환 의무화 방안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들은 "현재 검토 단계로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전세대출의 분할상환 실적이 우수한 금융사에 정책모기지 배정을 우대하기로 하는 등 인센티브를 예고한 상태다.

    '인센티브'라는 긍정적인 정책으로 접근했으나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대출 실행권을 쥔 은행이 분할상환을 요구하면 예비 차주가 따라야할 수밖에 없는만큼 금융권으로 확대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이에 금융위는 "전세대출 분할상환 의무화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으나 전세대출 차주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급격하게 오른 대출금리도 부담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저금리 기조 속 연 2%대로 유지해온 전세대출 금리는 최근 들어 4%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발맞춰 시중은행들이 우대 금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0.25%p 인상할 경우 올해 전세대출 금리가 5%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금껏 전세대출에 이자만 내도 됐던 소비자들은 원금까지 함께 갚아야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연간 5%금리로 2억원 규모의 전세대출을 받았다면 이자만 연간 1천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5%의 원금 분할상환분이 추가된다면 매월 대출 원리금으로 125만원을 내야한다.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에 분할상환 부담까지 엎친데 겹친 격이다.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에 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오히려 더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까지 발생했으나 당국은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존중할 것"이라며 "감독 차원에서는 계속해서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