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문화 뿌리뽑기 나선 임 회장, 상업‧한일 동우회 통합비상경영체계 선포 "이번이 마지막 기회… 신뢰 회복 최선"
  • ▲ 임종룡(오른쪽) 우리금융 회장ⓒ뉴데일리
    ▲ 임종룡(오른쪽) 우리금융 회장ⓒ뉴데일리
    우리금융그룹이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옛 상업‧한일은행 동우회 통합이란 상징적 첫발을 내디뎠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 2023년 3월 취임 이후 임직원의 화학적 통합을 위해 노력해 이룬 결실 중 하나다. 

    계파 갈등 종식을 위해 '세대교체와 탕평인사'란 카드를 뛰어넘어 진정한 의미의 단일은행을 향한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은 앞으로도 모든 인사에서 출신 은행 구분을 완전히 삭제하는 등 임직원 간 융화를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이 계파갈등을 종식하고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업‧한일銀 합병 26년 만에 동우회 통합… 단일은행 향한 상징성 커 

    우리은행은 전신인 상업·한일은행의 퇴직직원 동우회가 두 은행 합병 26년 만에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됐다고 5일 밝혔다. 

    동우회는 회원 상호 간의 친목과 상호부조를 도모하기 위한 퇴직직원들의 자율적 모임이다. 1970년대에 설립된 상업‧한일은행 동우회는 1999년 두 은행의 합병으로 우리은행이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따로 운영해 왔다. 

    우리은행의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출신 은행 간 계파갈등이 봉합되지 못했고, 26년간 지속된 계파문화가 은행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파갈등이라는 병폐가 다소 희석되고 있으나 핵심 요직인 은행장만큼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가며 맡는 ‘기계적 균형’과 묵시적 약속이 작용해 왔다.

    실제로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49대~50대 행장(이광구‧상업은행) △51대 행장(손태승‧한일은행) △52대~53대 행장(권광석‧상업은행) △54대 행장(이원덕‧한일은행) △55대 행장(조병규‧상업은행) 등 상업과 한일 출신이 번갈아 가며 행장을 맡았다.

    은행 관계자는 "두 은행 출신 간의 알력 다툼은 우리은행과 그룹의 내부통제 실패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왔다"면서 "우리금융이 여전히 계파문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해당 리스크는 임 회장의 경영관리 리스크로 번진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외부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기존의 관행과 병폐를 벗어던지기 위해 원로 은행장들을 설득해 계파 통합의 상징적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의 설득을 통해 원로 은행장들도 후배들의 쇄신 노력에 적극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우리은행이 고객 신뢰를 되찾고 재도약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번 동우회 통합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칼 빼든 임 회장, 외부영입‧세대교체 등 인적쇄신 박차  

    계파 갈등을 종식하기 위한 임 회장과 정진완 신임 우리은행장의 노력은 이번 연말 인선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관행으로 이어진 CEO 기용 패턴이 적용되지 않았고, 계파보다는 전문성을 우선시했다. 

    특히 현직 주요 시중은행장 중 가장 어린 1968년생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선임을 기점으로 세대교체와 인사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세대교체형 인사에 집중했다. 젊은 리더는 한일‧상업은행 출신이 아닌 2000년 이후 입행한 통합 우리은행 세대를 이른다. 

    기존 부행장 가운데 11명이 물러났고, 1971년 부행장을 발탁하며 과감한 세대교체도 이뤘다.

    해외법인장도 1970년대 본부장급으로 대폭 낮췄다. 부행장 임기를 마친 임원이 미국 등 주요 해외법인장으로 배치하던 관행을 깨고 젊은피를 수혈하는 등 해외영업 활성화를 단행했다.

    정진완 행장은 행장 후보로 낙점됐을 당시부터 계파 갈등과 관련해 “일 잘하는 사람을 쓰겠다”며 인사혁신을 예고해왔다. 

    임 회장 역시 취임 초부터 은행장 오디션 프로그램 도입과 ‘기업문화혁신TF’를 설치하는 등 계파 갈등 청산에 주력해왔다. 

    이번 계열사 CEO 인선에서도 우리은행 다음으로 제2, 제3 계열사 위상을 가진 우리카드 대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에 각각 외부 출신(진성원 전 현대카드 본부장)과 평화은행 출신(기동호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인사를 기용했다. 

    우리금융 주요 자회사 CEO에 외부출신이 오른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 대표와 기 대표는 상업·한일 계파에 속해 있지 않은 동시에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임종룡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계파 갈등 청산 의지를 강조했다. 

    임 회장은 “기존의 관행과 병폐, 음지의 문화를 벗어던지고 새롭고 반듯한 우리금융을 만들어 올해 그 결실로 신뢰받는 우리금융의 새 역사를 쓰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