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얼어붙은 부동산… 자금난 겪는 건설사 속출5대 은행, 부동산업 고정이하여신 8000억원… 전년比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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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는 등 줄도산 공포에 휩싸였다.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 지표들이 계속 나빠지면서 건설사발(發) 금융 위기의 불씨도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이면서 관련 대출의 건전성을 둘러싼 은행권의 위기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금융권(은행+비은행)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512조3000억원(325조2000억원+18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해당 업종 대출 통계를 금융업권별로 나눠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데다 과거 현저하게 적었던 대출 규모를 감안할 때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다.1년 전인 2023년 3분기(493조원)와 비교해 금융기관 부동산 대출은 19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은행권 증가 폭(299조2000억원→325조2000억원)이 26조원에 달했다.◇건설사에 돈 빌려준 은행, 치솟는 연체율… 금융 불안 고조은행들이 건설업체에 내준 여신이 급증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마저 꺾이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은행권 연체율은 고공행진 중이다.올해 3분기 말 기준 5개(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이 부동산업체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842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7.3%(2288억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빌려준 돈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금액을 이른다.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자 부동산 PF 대출을 보유한 은행 역시 건전성을 위협받는 것이다.실제로 아파트 브랜드 '파밀리에'로 잘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올해 들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이어 시공능력 58위의 중견 건설사가 유동성 악화, 원자잿값 상승, 공사비 증가, 분양률 저조 등으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부도를 면치 못한 건설업체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모두 30곳으로 지난 4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금융권 관계자는 “새해 정국 혼란 등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건설·부동산발 금융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금융당국, 부실 PF ‘옥석 가리기’ 압박… 구조조정 전운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착수하면서 은행들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부동산 PF 사업성에 대한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이 속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인 유의(C)·부실 우려(D) 등급 사업장 규모는 22조9000억원으로 지난 1차 평가(21조원)보다 1조9000억원 불어났다.금융당국은 유의(C)·부실 우려(D) 등급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해 재구조화하거나 경·공매로 처분하는 등 정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재구조화·정리 계획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16조2000억원 규모의 C·D등급 PF가 정리될 예정이다.은행권은 부동산 PF 대다수가 외부 기관의 보증 과정을 거친 선순위 대출인 만큼 부실 위험 관리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반면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큰 만큼 새해 기준금리나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져 부동산·건설 업종의 조달 부담이 뚜렷하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를 우려했다.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위기 흡수 여력이 충분한 편이지만 여러 금융권이 부동산 PF로 엮여있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건설·부동산 연체율과 고위험 대출 비율 역시 계속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잠재 위험을 항상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