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 싹둑, 가산금리 껑충…실수요자 정책모기지도 중단은행 '배불리기'에 폭리 논란, 대출금리 급등 반발 '청원 등장' 금리 역전…전문가 "정치가 금융논리 훼손, 실수요자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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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영끌과 빚투를 잡으려 무차별 규제에 나서면서 가계대출총량규제의 칼날이 고스란히 대출자들에게 향했다. 

    집을 옮기거나 내집 장만을 하려는 이들이 돈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신용경색’ 현상으로 대출난민이 생기고, 만기도래한 신용대출자들은 재연장 대신 원금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초저금리와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대출수요는 어느 때보다 크지만 정부가 일률적인 총량규제에 나서면서 때아닌 ‘돈맥경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결국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몰려 풍선효과가 생기고 정부가 또 다른 규제를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피해 입은 국민들의 불만이 폭주해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시장은 아우성이다. 집값잡으려다 금융정책마저 실패한 모습이다. 

    ◇대출규제 핑계로 은행 폭리, 예대금리차 최대폭…뒤죽박죽 대출시장

    1금융권 대출금리가 2금융권을 웃돌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아지는 등 대출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변했다. 

    시중은행들은 전날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향에 따라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16일부터 일제히 올렸다. KB국민은행이 현행 연 3.45~4.65%에서 3.58~4.78%로, 우리은행은 3.31~3.82%에서 3.44~3.95%로 인상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3.52~4.54%, 3.538~4.838%로 올렸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4.838%로 신용대출 금리 상단인 4.76%를 추월했다. 이는 은행들이 정부의 총량규제를 명분으로 신용도에 따라 자체 설정이 가능한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깎으면서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증가율 한도 6.99%)에 들어간 후 시중은행들은 이를 구실 삼아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것이다. 은행들은 또 잔금 지급일 이후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1주택자 대상 비대면 전세자금 대출도 제한하는 등 대출심사를 강화했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수혜는 은행들이 입었다.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분기 최대 규모인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조4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었다. 높은 이자마진과 급증한 대출수요 덕이다. 

    반면 예금금리는 제자리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1.5%로 지난 8월 대비 0.1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주담대 금리 인상과 비교하면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대출금리 상승세가 중장기적이라는 점이다.  

    이달 말과 내년 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에 미국까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대출금리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고, 내년 초에도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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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총량규제해놓고, 부작용 생기자 금융당국 뒷짐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주문한 정부와 금융당국은 관치금융 역풍을 우려해 은행권 대출금리 급상승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막무가내 규제로 금융질서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다보니 정부가 금융 논리가 아닌 총량규제라는 행정편의주의적이고 급진적인 수단을 썼다”며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갔으니 부작용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출총량관리로 은행이 정책모기지(적격대출) 대출까지 막고 있어 해결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적격대출은 무주택자 또는 처분조건을 둔 1주택자가 주택가격 9억원 이하일 경우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다. 

    가계대출 총량관리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아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막힌 주택담보대출 우회로로 여겨지기도 했다. 올해 공급한도 여유도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의 양도절차 지연으로 적격대출 취급을 꺼리고 있다. 

    금융회사의 적격대출채권을 주금공이 양수하는 과정에서 3~4개월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은행의 대출로 분류돼 대출총량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출총량규제의 영향으로 은행 선에서 정책모기지 대출 공급을 막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책모기지대출을 대출총량규제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이자이익 폭리와 대출금리 역전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규제는 2금융권 풍선효과와 서민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없애는 부작용이 불보듯 뻔하다”며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상승에 대응한 통화정책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관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금리인상을 통해 부동산시장 거품을 제거하려고 한다면,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더라도 소비와 투자 감소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또 이미 부채를 많이 가진 취약차주들에게 금리인상은 치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거품의 이유는 다양하고 단지 금리를 인상한다고 쉽사리 거품이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며 “오히려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선되고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사후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계 증권사 CLSA 폴 최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도 지난 8일 '이상한 나라의 은행업(Banking Wonderlan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여당과 정부의 대출규제가 시장을 옥죄고 부장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정치적 목적으로 도입된 대출 규제가 시장 원리를 훼손하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을 되돌리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돈 줄'을 죄면서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