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국민지원금 '전격 철회'… 20일만 입장 전환與 "초과세수 납세유예 해도 턱없이 부족"… "완전 철회 아냐" 여지기재부 국조 압박하다 자충수… '혈세를 쌈짓돈처럼' 후폭풍 예고
  • ▲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연합뉴스
    ▲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자신의 대표 정책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철회하면서 여권의 '표(票)퓰리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저한 재원 대책과 고민 없이 수십조 원의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생색내기 정책과 관련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18일 페이스북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고집하지 않겠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보인다"면서 "아쉽지만, 지원의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제 주장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업종에 대한 추가 지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제 주장을 접고 정부와 야당, 민주당이 신속하고 과감하고 폭넓은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1인당 30만~50만원을 주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공식화했다. 여당 대선후보로 제안한 지 20일 만에 자신의 대표 정책을 접은 것이다.

    야당은 대선후보 자질론을 문제 삼으며 공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집을 꺾었다니 다행"이라면서도 "이 후보의 고집에서 비롯된 소모적 논쟁으로 국민은 혼란을 겪었고, 민주당과 기재부는 낯 뜨거운 싸움을 벌였다. '아쉽다'가 아닌 '죄송하다'가 먼저여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깊은 고민도 없이 무작정 지르고 보자는 이 후보를 바라보며 국민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와 궁지에 몰리자 여야가 머리를 맞대 달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에 여당도 뻘쭘한 처지가 됐다. 대선을 앞두고 퍼주기 논란이 일자 '전 국민 위드 코로나 방역지원금'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원으로 잡은 추가 세수를 내년으로 납부 유예하는 꼼수까지 동원하며 이 후보 정책을 뒷받침했지만, 이 후보 태세 전환에 여당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 세수오차 규모를 두고 '재정당국 국정조사'까지 언급했던 민주당은 이틀 만에 입장이 뒤바뀌는 상황을 맞았다. 기재부는 지난 16일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11월호를 내고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기준으로 10조원대 초과 세수가 발생할 거라고 전망했다. 지난 7월 국세 수입이 본예산(282조7000억원) 대비 31조5000억원이나 더 걷혀 이를 밑천 삼아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의 상생 국민지원금 등을 지급했는데 추가로 10조원대 세입이 예상된다고 역대급 세수 오차를 시인한 셈이다.
  •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문제는 전 국민 지원금을 밀어붙이는 여당의 과소 추계 지적이 이어지자 반나절 만에 올해 19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가 전망된다고 말을 바꿨다는 점이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7월 추경 이후로도 19조원의 추가 세수가 더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부랴부랴 오후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이런 전망치(19조원)는 지난주 대통령께 보고드렸고, 지난 15일 여당에도 설명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역대급 세수 오차에 설상가상 청와대·여당에 19조원대 추가 초과 세수를 보고하고도 언론과 국민에겐 '10조원대'라고 얼버무리다 들통나면서 정부 신뢰도를 실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틀 만에 재정당국의 전철을 되풀이했다. 추가 세수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재원은 충분하다던 민주당은 18일 "(확인해보니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말을 뒤집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니 초과 세수를 납부 유예하는 재원으로는 (전 국민) 지원금을 추진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정책위의장은 "초과세수 중 40%는 지방교부금으로 줘야 하고 일부는 유류세 인하에 사용해야 한다. 그럼 과세이연(세금납부 연기) 해도 가용 자원이 2조5000억원인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현실성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2차 추경 대비 추가 세수가 19조원 더 발생했다면서 이를 활용해 1인당 20만원씩 전 국민 지원금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윤 원내대표는 추가 세수 규모가 '10조원을 조금 넘을 것 같다'고 말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재정당국을 압박했었다.

    민주당의 이런 '홍남기 때리기'는 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이 철저한 재원 대책 없이 퍼주기식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했다는 비판론에 직면하게 됐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고 그때마다 재정 건전성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를 의식한 듯 '대선 전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냐'고 묻는 기자들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