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경제단체로… 경총 '야심만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종합경제단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동안 노사 문제에 집중했던 역할에서 경제·산업 전반의 미래 먹거리 고민을 넘어 국제 교류까지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24일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김홍기 CJ대표 등 16명의 경제인이 회장단 자격으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대두된 원자재 공급부족, 탄소중립 등 글로벌 현안 대응 협력과 팬데믹 정국 속 기업인 특별입국 절차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며 양국간 재계 대면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손 회장은 "최근 각국의 정책적 노력과 백신 접종 확대에 힘입어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도 "그러나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공포와 국제공급망 차질이 지속되면서 회복 모멘텀 둔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일 양국은 특히, 외교 문제에 팬데믹 상황까지 더해져 교역, 투자, 인적교류가 감소하여 상호 피해를 입고 있다"며 "양국의 정치적 변화와 함께 상호우호 친선관계가 복원돼 원자재 공급 부족, 기술경쟁, 탄소중립 등 글로벌 현안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관계 회복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신임 총리가 취임했고, 한국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손 회장은 "기업인 특별입국 절차가 코로나 변이 확산으로 중단되면서 양국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접종을 완료한 양국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재개되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경총은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일본의 안정적인 노사관계 요인을 살펴보고 양국 재계 협력을 강화하고자 경제계 시찰단을 구성해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총의 일본대사와의 간담회는 지난해에 이어 2번째다. 일본과의 소재·부품 갈등이 번지자 손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 정례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사 이슈에 치중한 과거의 행보와 차별되는 행보로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한일 양국간 재계 소통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앞장섰던 분야다. 전경련은 1983년 이후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과 한일 재계회의를 개최하며 최고위급으로 구성된 탄탄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고이치 대사가 올해 초 부임 이후 가장 먼저 찾은 경제단체도 전경련이었다.

경총과 전경련은 흡수통합론으로 한차례 얼굴을 붉힌바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반기업법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명분으로 전경련 흡수통합론을 제기했고, 전경련은 불편한 기색으로 거절했다. 손 회장이 지난해 연말 별도로 고이치 대사와의 간담회를 추진한 것도 국가간 재계 교류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경총의 외연확대는 내부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올들어 경제학 박사 인력을 특별 채용하고 상법, 공정거래법 등 경제 전반 이슈에 대응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노동법 관련 박사가 대부분이었던 경총이 경제학 박사를 특채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경제분석팀에 전면 배치된 이들은 ESG경영, 탄소중립 대응 등 글로벌 이슈 대응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돈 잘 벌면 그만이었던 과거와 달리 얼마나 정의롭게 버느냐가 경제 이슈로 자리잡은 만큼 이슈를 주도하는 경제단체들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며 "경총의 외연확대 역시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