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실적 부진·트럼프 관세 전쟁에 ‘팔자’세 지속최근 한 달간 순매수 상위 종목 인터넷·방산주가 휩쓸어“공매도 재개, 외국인 수급 회복 트리거로 작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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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7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과 방산 관련주들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자 미래 성장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섹터를 발굴하는 모습이다.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5조9541억원어치를 팔아치웠으며 이달에만 386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에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량 비율은 지난해 7월 말 31.74%에서 전날 28.37%로 3.37%포인트(p) 낮아졌다.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오고 있다. 월별로 살펴보면 2024년 8월 2조8557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데 이어 ▲9월 7조6643억원 ▲10월 4조6642억원 ▲11월 4조4887억원 ▲12월 2조2344억원 ▲2025년 1월 1조4444억원 ▲2월 4조1237억원 등이다.이는 역대 외국인 연속 순매도 기록 3위 수준이다. 역대 최장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6월~2008년 4월 11개월이며 2002년 2~9월의 8개월이 2위다. 이달 말까지 외국인의 ‘팔자’세가 이어질 경우 2위 기록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외국인의 지속적인 자금 이탈 배경으론 국내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이 지목된다.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4주 동안 동아시아 국가의 역외 개설 주식형 펀드 자금 순자산 대비 순유입 비율은 대만 1.2%, 중국 0.8%, 일본 0.4%인 반면 한국은 –2.1%를 기록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타겟으로 거래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한국 시장이 외국인에게 소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한국의 이익 모멘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 등 ‘매드맨 전략(madman theory)’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모습이다.한국은행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의 김의진 차장·조상흠 과장은 “최근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대체로 순유출되는 모습”이라며 “특히 올해 들어 트럼프 2기 정책과 관련한 글로벌 불확실성 등으로 자금 유출입 폭이 과거보다 확대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외국인들은 인터넷·방산 관련주들은 꾸준히 담았다.최근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카카오로 2390억원어치를 사들였으며 네이버도 1919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상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관련주들은 관세 리스크의 무풍지대로 꼽히는 데다 딥시크 등장으로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AI 사업 수혜 기대감도 높아졌다.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이슈는 앤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기업의 기회”라며 “고성능 AI 모델의 등장과 더욱 낮아질 비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오픈소스 생태계 경쟁이 시작되면 앤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SW 기업은 이를 저렴하게 골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은 공개된 모델을 기반으로 추가 독점 데이터를 활용해 이 오픈소스 모델을 훈련하고 미세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물동량이 필요 없는 산업들이 곧 관세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업종”이라며 “펀더멘탈과 매크로 환경, 미래 성장성을 더해 생각한다면 소프트웨어 AI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또한 외국인들은 LIG넥스원(2298억원·2위), 한국항공우주(1231억원·5위), 현대로템(896억원·9위) 등 국내 주요 방산 관련주들도 담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연일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유럽 지역 수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가도 실적 개선과 수출 모멘텀에 힘입어 우상향할 것”이라며 “국내 방산기업들은 유럽 방위비 지출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글로벌 대비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구간”이라고 분석했다.시장에서는 이달 말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면 외국인 수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거래 비중은 외국인의 증시 거래 비중과 상관관계가 있는데, 공매도 거래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수급 회복·외국인의 수급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며 “최근 지속된 외국인 순매도로 인해 외국인 지분율도 충분히 낮아져 있는 만큼 단기 수급 회복의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