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 3조5000억원 추정신한·미래에셋·동양·ABL 등 잇따라 판매중단대형사, 금융당국 눈치보느라 적자에도 판매 지속보험료 인상으로 적자폭 축소 기대하지만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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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사진.ⓒ연합뉴스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15개 보험사들이 누적되는 적자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를 지속할 방침이다. 

    정책상품 판매를 임의로 중단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료 인상을 통해 적자폭 축소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쉽사리 수용할리 없어 보험사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손보험 적자가 3조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면서, 내년에도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보험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올해 3분기까지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수치다. 현 추세로 4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3조원에 육박하고, 여기에 생명보험사 적자를 더하면 최대 3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2조5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조원 가량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4년간 누적적자가 9조원에 이를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올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이다. 고객이 보험료를 100만원 납부했지만, 보험사는 보험금으로 131만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팔수록 적자인 상황에서 실손보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생보사들은 잇따라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ABL생명이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접었다. 앞서 라이나생명, AIA생명, 오렌지라이프,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지난 연말 신한생명도 판매를 멈췄다.

    현재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생보사 5곳(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흥국생명), 손보사 10곳(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NH농협손보, 한화손보, 흥국화재, MG손보, 롯데손보)을 합쳐 총 15곳에 불과하다.

    이들에 대해 판매중단 계획 여부를 확인한 결과, 모두들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A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판매를 중단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자칫 그럴경우 금융당국이 가만히 두겠냐”며 반문했다.

    B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정책상품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를 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내년에도 15곳이 4세대 실손보험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보험료 인상을 통해 적자구조를 개선하길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실이 줄이기 위해 내년에도 2·3세대 상품 보험료의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적자가 늘어나는 만큼 보험료 인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요율 조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업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민생경제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국민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만큼 집권 여당에서 표심을 의식해 최대한 보험료 인상을 억누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료 적자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 및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개선이 필요하다. 보험사들은 과잉진료 및 보험사기 적발 등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에 불과하다고 호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