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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풍선효과 부작용이 거세지고 있다. 시중은행에 이어 2금융권 대출이 막히고, 총량규제도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돈 줄이 막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2금융사들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것.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돈을 빌리고 싶은 서민들은 물론 돈을 빌려줘야 될 2금융사들에게도 악재가 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대출규제에 들어갔다. 시중은행부터 대출절벽이 시작됐고, 풍선효과가 2금융권으로 옮겨졌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 등 상호금융에서 대출중단이 나타났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9일부터 전국 1300개 금고에서 주택구입자금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 상품 4종의 판매를 중단했다. 신협중앙회도 오늘부터 가계대출 전체 신규 취급은 물론 개인 신용대출도 중단한다.
이는 총량규제를 초과한 것이 결정적이다. 금융당국이 상호금융에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4.1%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이를 초과했다. 다만, 5%는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협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목표치를 초과한 4.3%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이 내년 새롭게 적용될 총량규제가 나오기 전까지, 즉 연말까지 주담대 판매를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 대출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2금융권에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올해 총량규제 목표를 초과한 금융사에는 업권 평균보다 더 강화된 목표치를 충족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내년에는 대출이 특정 기간에 집중되지 않고 연간 고르게 이뤄지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 각 2금융사들은 지난 25일 가이드라인 충족을 위한 계획안을 제출했다.
농협중앙회,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은 올해 4.1%보다 더 낮은 목표치가 제시될 예정이다.
저축은행도 올해 21.1%보다 낮은 10.8~14.8%가 각 사별로 제시됐다. 업권 전체로 일률 적용됐던 총량규제 목표치가 내년에는 각 사별로 차등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보험과 카드 역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4.1%, 6.0%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총량규제 강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금융위는 지난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올해 6%대인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내년 4~5%대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돈을 빌리고 싶은 서민들은 높아진 대출 문턱에 돈 빌리기가 힘들어졌다. 2금융사들도 총량규제를 맞추기 위해 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심사를 강화하며 대출 조절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점차 서민금융 취지가 무색하게 되고 있다”며 “서민들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져 서민경제가 더욱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금리 대출에 관해서는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총량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금융사들은 내년에 수익성 제고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며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이슈와 맞물려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