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누적지급액 11.2조…월평균 1조원 웃돌아신규신청자 8.9만명…이달 오미크론 확산 여파 주목고용보험기금 적립금 '바닥'…내년 보험료율 0.2%p↑고용보험가입자 33.4만명↑…숙박음식 19개월째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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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에게 주는 구직급여(실업급여)로 8224억원이 지급되면서 사실상 올해 실업급여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 정부는 올해 초과세수를 이용해 1조3000억원을 긴급수혈하기로 했다. 하지만 급속 확산 중인 코로나19(우한 폐렴) 변이 오미크론 여파로 이달 실업급여 신청이 증가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고용보험기금 고갈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달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증가 폭은 8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숙박·음식업은 19개월째 가입자가 감소했다.13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행정 통계로 본 11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53만7000명으로 조사됐다. 1년 전과 비교해 6만8000명(-11.3%) 감소했다. 신규 신청자는 8만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000명(1.3%) 줄었다. 제조업(-2000명), 건설업(-1000명), 숙박·음식(-1000명) 등에서 주로 감소했다. 신규 신청자 감소 폭은 전달 1만명(11%) 줄었던 데 비해 크게 둔화했다. 지난달 말 발견돼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오미크론 여파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822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저효과로 1년 전보다 913억원(-10%) 감소했다. 3개월 연속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다만 감소 폭은 9월 1909억원, 10월 1069억원, 지난달 913억원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2월(1조149억원) 이후 7개월 연속 1조원대를 웃돌다 9월 들어 9754억원으로 8개월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올 들어 지급된 실업급여는 총 11조2462억원이다. 월평균 1조22억원이 지급됐다.올해 실업급여 예산은 11조3000억원쯤이다. 지난달까지 사실상 예산을 모두 소진한 셈이다. 다음 달 통계에는 오미크론 여파가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다시 증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으나 남은 예산은 530억원 남짓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달 23일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내놓은 12조7000억원 상당의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지원방안에 고용보험기금의 구직급여 예산 1조3000억원을 포함한 상태다. 재정 보강으로 일단 발등의 불은 껐지만, 1조3000억원의 보충금액도 결국 고용보험기금에서 갚아야 할 예수금 성격이어서 기금 고갈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0조2544억원이었지만, 올해 말에는 4조7000억원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금 여윳돈을 모아두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임시로 꿔온 7조9000억원을 빼고나면 사실상 3조2000억원 적자 상태다. 고용보험기금 중 지출 비중이 큰 실업급여 계정은 올해 말 예상 적립금이 4조원까지 떨어진다. 노동부는 오는 2023년이면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내다본다.급기야 정부는 지난 9월1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1.8%로 0.2%포인트(p) 올리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10월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0.3%p 올렸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 보험료율 0.5%p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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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1463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3만4000명(2.3%)이 늘었다. 수출 호조와 소비심리 개선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다만 증가폭은 둔화하고 있다. 월별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 7월 48만5000명으로 증가했다가 8월 41만7000명으로 꺾인 뒤 9월 39만명, 10월 35만6000명, 지난달 33만4000명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증가폭은 올 3월(32만4000명)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반영된 일자리 사업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으로 해석된다.산업별로 보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은 가입자가 65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00명(0.5%) 줄었다. 지난해 5월부터 1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 폭은 지난해 8월(-5000명) 이후 가장 작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그동안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를 견인했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일자리사업 등 공공행정에선 추경 일자리사업 기저효과로 12만9000명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 고용보험 가입자가 5만2000명 수준이던 공공행정은 지난해 11월 20만5000명으로 3.9배나 급증했다.전체 서비스업 가입자는 1010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명 증가했다. 소비심리 개선에 힘입어 증가세가 이어졌다. 다만 7월 37만7000명, 8월 30만1000명, 9월 27만명, 10월 23만5000명 등으로 증가세는 둔화했다.우리 산업의 근간이면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에선 고용보험 가입자가 362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올 1월 5000명(0.1%) 증가하며 반등했다. 이후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는 올해부터 고용허가대상 외국인노동자가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통계에 새롭게 추가된데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바뀐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E-9(비전문취업), H-2(방문취업) 비자를 받은 고용허가대상 외국인노동자들은 단계적으로 고용보험 당연적용대상으로 변경된다. 앞으로 외국인노동자가 있는 30인 이상 사업장은 신고 후 고용보험(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에 가입해야 한다. 내년에는 10인 이상, 후년부턴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앞으로 외국인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종전대로 조선족과 고려인 등 외국인노동자를 빼고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나이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13만9000명, 50대 11만8000명, 29세 이하 4만4000명, 40대 2만5000명, 30대 9000명 등 모든 나이대에서 가입자가 늘었다. 지난 8월까지 나 홀로 감소세를 이어갔던 30대는 9월(2000명), 10월(8000명)에 이어 3개월째 증가했다. 증가 폭도 커졌다.
한편 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은 고용보험 가입자 중 상용직과 임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고용충격에 민감한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초단시간 노동자 등은 조사대상에서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