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비난해 온 인텔 CEO, 태도 돌변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삼성에 고객사 관심 높아져유연한 조직 갖추고 기회 노리는 삼성 움직임 주목
  •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아시아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던 인텔의 CEO 팻 겔싱어가 최근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를 찾아 돌연 자세를 낮추고 있어 파운드리 시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는 3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 공정 생산라인을 확보하는게 IT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오늘의 고객이 내일의 경쟁자가 되는 복잡 다변한 파운드리 시장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대만을 방문해 TSMC 최고경영진과 회동하고 있는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대만은 매우 특별한 곳이며 TSMC의 업적은 대단하다"라고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겔싱어의 발언을 두고는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앞서 겔싱어가 미국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삼성이나 TSMC와 같은 아시아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줄곧 비판해왔던 것과 사뭇 다른 태도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오는 2023년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3나노 제품을 우선 TSMC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TSMC는 내년 하반기 경부터 3나노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른 고객사들과 마찬가지로 인텔도 여기에 줄 서기에 나선 것이라 본다.

    하지만 TSMC 입장에선 인텔은 우선순위에 있는 고객사는 아니다. 최대 고객사는 단연 애플이고 AMD와 퀄컴도 TSMC의 주요 고객이다. 한정적인 첨단 공정 라인을 가동하려면 아무래도 주요 고객사 주문이 우선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인텔은 시장 65% 이상을 점유한 1등 TSMC와 때로는 고객사로 협력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분야에 재진출해 경쟁을 해야 하는 복잡한 관계다. 자국에서 콧대를 높이던 겔싱어가 대만을 방문해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도 TSMC와 이 같은 복잡한 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막대한 투자와 기술력으로 TSMC를 빠르게 뒤쫓으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TSMC만 바라보기엔 전략적 한계가 많았던 고객사들이 제품에 따라 파운드리사를 바꾸는 멀티 파운드리 방식을 고민하며 삼성에도 새로운 고객사를 맞을 기회가 열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곳이 TSMC의 주요 고객사인 퀄컴과 AMD다. 이들은 TSMC가 지나치게 애플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표하면서 삼성과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밝혔다.

    IBM은 일찌감치 삼성과 협력해 첨단 파운드리를 통한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을 이용해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키로 한 것인데, 이 공정엔 삼성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극자외선(EUV)이 기반이 된다. 지난 2018년부터 일찌감치 삼성과 손을 잡은 IBM의 사례를 이제는 많은 고객사들이 주목하게 됐다.

    삼성 파운드리는 내부적으론 TSMC를 넘어서는 첨단 공정을 안정화하는 작업에 한창인 한편 신규 고객 유치가 단순히 기술력만을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는 파운드리업계의 특성을 감안해 시장 판도를 예의주시 하는 상황이다.

    삼성이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서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을 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객사의 전략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 국가별 이해구도에 따라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이에 맞춰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를 미리 갖춰놓는 차원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