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 흐름 더해져…3분기 누적 순익 전년比 37.3% 올라생보업계, 소송·중징계 리스크…車·실손 보험 내년 요율 논의
  • ▲ 교보생명 블로그 이미지 캡처ⓒ교보생명
    ▲ 교보생명 블로그 이미지 캡처ⓒ교보생명

    코로나19 영향이 올해도 지속됐지만, 보험업계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보장성보험 부문 등에서 반사이익을 봤고, 물가상승에 따른 금리 상승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보험사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37.3% 오른 7조630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6915억원으로 전년대비 17.8% 증가했다. 손해보험사도 전년대비 62.6% 오른 3조9390억원을 기록했다.

    ◆몸집 '줄이기·불리기' 여전…'제판분리·M&A' 속도

    보험업계는 외적 영향 외에도 내부적으론 올해 몸집 '줄이기·불리기' 움직임을 탄력적으로 진행하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이어갔다.

    먼저 제조와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분리'를 본격화했다.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을 설립해 전속 설계사를 이관하고, 본사는 상품 제조와 자산운용에만 집중해 조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 모집 수수료 1200% 제한 등 설계사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몸집 줄이기'를 통한 고정비 삭감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미래에셋생명 GA인 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가 영업을 시작했고, 4월에는 한화생명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공식 출범했다. 현대해상과 하나손보도 각각 자회사형 GA를 출범시켰다. 특히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자본금 6500억원, 전속설계사 2만여명을 보유하는 등 출범과 동시에 초대형 GA로 떠올랐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8월 신한금융플러스에 200억원을 출자하며 GA채널을 강화했고, 푸본현대생명도 지난 2017년 9월 이후 4년만에 GA판매를 재개하기도 했다.

    M&A를 통한 '몸집불리기'도 활발했다. 신한생명은 지난 7월 오렌지라이프를 흡수, 신한라이프로 통합 출범했다. BNP파리바 카디프 손보는 신한금융에 인수됐다. 시그나그룹의 라이나생명도 처브그룹에 인수됐다. 향후 처브라이프생명과 라이나생명간 합병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이 잇따르자, 동양생명·ABL생명·메트라이프생명·AXA손보 등의 내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은 현지에서 매물로 나온 상태다.

    ◆빅테크 협업 박차…헬스케어 기반 마련

    이종 업계·분야를 통한 영토확장에도 나섰다. 특히 빅테크들과 협업을 늘리고, 헬스케어를 강화하며 신사업 기반닦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빅테크와의 협업 이유로는 이미 포화상태인 보험시장에서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유인할 플랫폼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나 카카오페이가 디지털손보사의 내년 출범을 예고한 상황 속, 플랫폼을 이미 장악한 빅테크와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교보생명도 카카오뱅크와 데이터 및 금융플랫폼 관련 제휴를 맺었다. 메리츠화재도 카카오페이와 소액보험 상품개발에 대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달 3050직장인 타겟의 신상품 출시도 예고한 상태다.

    헬스케어를 일찌감치 신사업으로 점찍고 관련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삼성생명은 'S헬스케어', 한화생명은 '헬로앱', 라이나생명은 '튠H', 신한라이프는 '하우핏', AIA생명은 'AIA바이탈리티' 등을 내놓고 건강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하는 보험사들도 등장했다. KB손보는 'KB헬스케어'를 출범시켰으며, 신한라이프는 지난달 '신한큐브온' 설립에 대한 본인가를 받았다.

    연말 당국과 보험업계간 간담회에서 보험사 수장들은 관련 사업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해 내년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생보업계, 소송·중징계 리스크 골머리

    생보업계는 소송 및 중징계 리스크가 지속되기도 했다.

    지난해말 미래에셋생명이 즉시연금 첫 패소 판정을 받은 이후 올초 동양생명을 시작으로 교보생명·삼성생명도 즉시연금 소송에서 일제히 패소했다.

    즉시연금 사태는 보험사가 만기 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즉시연금 보험상품에서 보험료 운용 수익을 일부 떼고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상품 가입 당시 소비자가 들었던 보험금보다 적게 지급됐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이들 모두 항소를 진행 중이라 최종 결론은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최종심에서도 결과가 뒤집히지 않을 경우 보험사들의 재정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8000억∼1조원 규모다. 이중 삼성생명의 부담액(4300억원)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당국의 중징계로 올해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진출이 제한됐다.

    한화생명은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위반 등으로, 삼성생명은 암보험금 미지급 등으로 각각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통보받았다. '기관경고' 이상 징계가 확정되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신사업에 1년 동안 진출할 수 없다.

    ◆車보험 '동결' 무게… 실손보험, 최대 16% 인상 

    올 연말에도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관련, 당국과 보험사간 보험료율 논의가 진행됐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당국은 지난 10월까지 흑자달성을 이유로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보험사들은 지난 10년간 9조원의 적자세를 이유로 인상을 원하고 있다. 업계는 당국의 인하 압박에 동결로 합의점을 찾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자동차보험료는 내년 1월 결정될 전망이다.

    실손은 손해율이 130%에 육박해 당국과 보험사 모두 인상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보험업계는 25% 인상을, 당국은 지난해 수준인 10% 초반대 인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당국은 보험업계에 1·2세대 실손 보험료 인상율을 업계가 요청한 수준의 60% 수준에서 조정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내년 실손 인상율은 가입 시기에 따라 평균 9~16%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그외 보험료는 내년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이례적으로 2번에 걸쳐 금리가 1%까지 올랐고, 내년 추가 인상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연초에 예정이율을 조정하는데,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정이율도 함께 올라간다.

    예정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얻을 수 있는 보험사의 예상수익률을 말한다. 예정이율이 올라가면 보험사는 그만큼 운영수익을 더 얻을 것을 예상해 적은 보험료를 받는다. 올해 2~4월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예정이율을 0.25~0.5% 가량 낮췄고, 이 효과로 보험료가 약 5~10%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