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금융 공습에 맞불, '배달·자동차 직거래' 선봬 금융당국도 지원사격, 부수업무 범위‧규제샌드박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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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들이 금융시장을 공습하면서 소매금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외 은행들은 자사 플랫폼에서 자동차 거래‧배달‧부동산 정보조회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금융상품과의 교차판매 기회를 얻고, 고객의 비금융데이터를 확보하는 식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소비시장을 견인하는 대세로 자리 잡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을 흡수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은행들도 ‘리딩 생활금융플랫폼’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빅테크기업들은 고객의 쇼핑, 결제, 검색 정보를 활용해 초개인화 맞춤형 서비스를 주로 제공한다. 

    반면 현행법상 비금융플랫폼을 직접 운영할 수 없는 국내은행들은 다른업종과 제휴를 하거나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 생활밀착서비스를 제공하며 플랫폼 1인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배달 대행 전문기업 로지올과 공동으로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선보이고 배달 라이더 대상 신용대출을 내놨다. 뱅킹 앱 ‘신한 쏠(SOL)’의 쏠 펫(SOL Pet)에서는 반려동물용 중고장터와 양육정보를 제공한다. 향후 반려동물 대상 적금, 보험 등의 금융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선보인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통해 저렴한 요금제와 금융‧통신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를 토대로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고 있다. 단말기 구입시 필요자금을 대출해주는 비대면 신용대출상품도 연계하고 있다. 

    ‘리브 부동산’이라는 부동산 플랫폼에서는 매물가격, 시세 예측 등 부동산 가격정보 조회와 부동산 관련 세금을 계산해준다.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에서 택배기사나 편의점을 통해 택배를 받을 수 있는 ‘My 택배’를 구축했다. 또 의료정보 전송플랫폼기업인 ‘지앤넷’과 공동으로 병원비 선납 서비스와 처방전 전송서비스를 선보였다. 향후 환자의 의료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자동차 업체들과 공동으로 딜러 중개없이 중고차를 직거래하는 ‘원더카 직거래’를 선보였다. 

    NH농협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에서 한국화훼농협의 화훼상품을 간편하게 주문‧결제해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올원뱅크를 통해 국내 축산물을 살 수 있는 ‘라이블리’ 서비스도 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떠나 기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에 매달리는 이유는 온라인 채널 중심의 ‘언택트 경제’로 전환되면서 돈이 몰리고 있어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디지털 플랫폼 매출액이 약 60조 달러(약 7경 1520조원)로 글로벌 전체 기업 매출의 30%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의 이러한 생활금융서비스 활성화를 돕기 위해 플랫폼사업 등 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신사업 규제샌드박스 활용을 지원키로 했다. 

    주성철 우리금융경영연구소책임연구원은 “효과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위해서는 고객유입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제휴처 선정과 축적된 고객데이터의 분석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플랫폼 생태계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금융권의 핵심과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