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세대교체에 신년사도 '변화'열흘 먼저 내놓은 LG, 고객중심·즐거운 조직 '강조'팬데믹 불구 좋은 성과 삼성, 임직원 노고에 감사 먼저 전해인텔 낸드 인수 성공 SK하이닉스, 자신감 심어주기 나서
  • ▲ 신년 메시지 전하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 신년 메시지 전하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자기업들이 올해는 기존과 달라진 신년사를 내놓고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시무식 대신 온라인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보편화 됐고 항상 빼놓지 않고 언급됐던 '위기론' 대신 고객중심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임직원들에게 채찍보다는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무게를 두고 보다 열린 조직문화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도 공통점이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LG전자를 시작으로 2022년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지난 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자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가 담긴 신년사를 임직원들과 공유했다.

    올해는 특히 기존과는 달리 각 사가 다양한 형식과 메시지를 담은 신년사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신년사는 매해 연초가 되면 CEO를 통해 발표되는 의례적인 행사 중 하나라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는데 올해는 사별로 전달하는 메시지와 방법이 뚜렷하게 구분됐다는 평이다.

    다만 대부분 기업들이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어 시무식을 생략하고 온라인으로 신년사만 전하거나 생중계한다는 점에선 예외가 없었다.

    우선 LG전자가 신년사를 새해가 밝은 후 발표하지 않고 타사 대비 열흘 가까이 먼저 밝혀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시작은 구광모 LG 회장이었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조금 미리 전해 새해를 보다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한다는 차원으로 '연말 신년사'를 준비했다.

    구 회장에 이어 새롭게 LG전자 수장을 맡은 조주완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온라인을 통해 신년사를 예년보다 앞서 전했다. 조 사장은 신년사에서 '한발 앞선(First), 독특한(Unique),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New)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의미하는 'F·U·N 경험'을 강조했다.

    조 사장은 신년사 도입부터 임직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팬데믹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기는 성장, 성공하는 변화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게 노력해 준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신년 메시지를 시작했다.

    조 사장이 강조한 'F·U·N 경험'을 실행하기 위해 LG전자 조직이 장벽을 허물고 유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직원들이 '즐거운 회사생활'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CEO가 한 해 경영성과를 내기 위해 임직원들을 채찍질 한다는 느낌 대신 임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동기 부여에 나섰다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
  • ▲ 신년사 전하는 구광모 LG 회장 ⓒLG
    ▲ 신년사 전하는 구광모 LG 회장 ⓒLG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으로 수장을 바꿔 분위기 쇄신에 나선 삼성전자도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의 노고로 힘든 팬데믹 상황에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과거처럼 글로벌 경제 상황이나 위기의식 등을 강조하기 보다는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이 처한 현실을 제시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화두로 삼았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특히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조직 문화를 과감히 바꾸자는 제안에 방점을 뒀다. 그들은 "과거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경직된 프로세스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며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받고 누구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민첩한 문화로 바꾸어 가자"고 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볼 때 삼성은 올해부터 보다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역점을 둘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작업은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왔겠지만 올해 새로운 리더를 중심으로 이 같은 작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인텔 낸드사업 인수가 최종 결정된 SK하이닉스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는 신년사를 발표하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데 중점을 뒀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패스파인더(Pathfinder)', 즉 '1등 마인드'를 가져야 할 때"임을 강조하며 SK하이닉스의 앞으로 10년을 준비하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박 부회장도 기업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을 올해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다변화되는 ICT시장에선 어느 기업도 혼자서는 미래를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기업이나 유망 벤처들과 함께 미래기술을 연구하고 오픈 협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업문화로 업그레이드 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조직문화 개선에 한 목소리를 내는데는 MZ세대가 직원들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세대 대비 소통과 평등을 중시하고 딱딱한 조직문화를 꺼리는 직원들의 성향을 반영해 CEO들도 열린 자세로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신년사에서부터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대대적으로 일어난 것과 맞물려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신년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