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여파, '과잉공포'… 예상보다 미미할 것정제마진 회복세 기반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전망양호한 수익 기조 유지… "당분간 시장상황 탄탄할 것"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글로벌 석유 수요 회복으로 국내 정유 4사가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일 전망이다. 수요 회복을 관측이 늘어나면서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5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석유 수요는 9950만배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수요인 9620만배럴보다 330만배럴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976만배럴에 근접한 규모다.

    IEA가 수요 회복을 점친 것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오미크론 등 신규 변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 변이에 비해 적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최근 산유국 공동기술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석유 수요가 1억79만배럴로, 지난해 9663만배럴(OPEC 추정치)보다 413만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 역시 오미크론이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볍고 일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3일(현지시각) 차기 OPEC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하이탐 알가이스 역시 세계 석유 수요가 올해 말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출신인 알가이스 차기 사무총장은 현재 사무총장인 나이지리아 출신의 모하메드 사누시 바르킨도에 이어 8월1일부터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알가이스는 2017년부터 작년 6월까지 쿠웨이트 OPEC 총재를 역임했으며 현재 쿠웨이트 석유공사(KPC)에서 국제 마케팅 부국장을 맡고 있다.

    또한 최근 탄소중립 달성에 힘쓰고 있는 중국의 정유산업 재편 움직임도 국내 정유사들에는 호재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중소형 설비를 정리하고, 정유산업을 대형화, 집중화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석유제품 수출 쿼터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9~12월 중국의 석유제품 월평균 수출 쿼터는 1~8월에 비해 60%가량 감소했다.
  • ▲ 서울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오미크론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정제마진 개선세에도 나타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송비 등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의 수익지표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마이너스에서 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10월 마지막 주 8.0달러까지 올랐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던 지난해 11월 다시 3달러까지 떨어졌지만, 12월 2주부터 6달러대로 상승했다.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4~5달러인 만큼 정유사들은 12월 이후로 다시 수익성을 확보한 셈이다.

    수요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손익분기점 수준에 그친 정제마진 역시 추가적인 개선이 기대된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팬데믹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과 타이트한 공급으로 정제마진의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부진했던 등유, 경유, 항공유 중심으로 마진 개선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석유 수요 및 정제마진 상승 전망에 따라 정유업계는 올해 실적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오미크론이 확산하더라도 세계 경제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과잉공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OPEC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는 수요도 예상하는 만큼 올해는 정제마진이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정유 4사가 양호한 수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3659억원과 2조4373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각각 2조원,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정유 4사 영업이익이 모두 7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2020년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총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에서 뚜렷한 반전을 이뤄내는 셈이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 중순에서야 1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회복했다"며 "최근 급반등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던 2011~2019년 평균치 배럴당 9.7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원유 부족에 정유 재고가 하락하고 있어 3~4개월간 시황이 탄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