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 회복, 연 영업익 1조 클럽 복귀 전망IB업계 예상 '몸값', 최대 10조… 조달자금은 신사업으로공모가 책정 보수적 분위기 속 불안한 재무구조 등 불안 요소도
  • ▲ 현대오일뱅크. ⓒ뉴데일리경제DB
    ▲ 현대오일뱅크. ⓒ뉴데일리경제DB
    현대오일뱅크가 세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선다. 업황 회복으로 연간 영업익 1조 클럽 재진입이 기대되는 만큼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악화한 재무건전성이 기업가치 평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오일뱅크의 부채 규모는 12조원대로, 연간 영업익 전망치 1조2216억원의 10배에 달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8월 주관사를 선정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경영 안정성과 투명성, 투자자 보호 관련 내용 등 상장사 자격을 갖췄는지 평가받는 과정이다. 예비심사가 영업일 기준 최대 45일인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2월 심사 결과가 나오고, 상반기에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유 업황 회복 시점을 노린 세 번째 상장 도전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 처음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미국-이란 갈등 등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하락 여파로 실적이 악화한 데다 유럽 금융위기 확산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까지 더해지면서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제출 두 달 만에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2018년 재도전 때에는 금융당국의 강화된 회계 감리로 인한 강도 높은 절차와 '주의' 수준의 경징계 등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으면서 두 번째 IPO 작업마저 무산됐다.

    IB(투자은행) 업계가 보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몸값은 최대 1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영업손실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지만,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를 예고하는 등 극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21조원, 영업이익 1조2116억원의 올해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지난해 13조원에 비해 54.6% 늘어나면서 2018년 21조원 이후 3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5933억원에 비해서는 흑자전환하면서 2017년 1조1378억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내년에는 매출 26조원, 영업이익 1조591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매출은 종전 최대치 2013년 22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영업이익은 올해 예상되는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2019년 아람코에 지분 17%를 넘길 당시 기업가치가 8조1000억원으로 평가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일부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신주 모집 등을 고려하면 10조원 안팎의 몸값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지주로, 지분율은 74.13%이며 아람코는 17%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빅데이터 분석 유니콘 기업인 팔란티어가 현대오일뱅크 2000만달러 규모의 지분 취득으로 업계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아람코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2019년 투자 유치 당시보다 높은 기업가치로 상장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충남 서산시 소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현대오일뱅크
    ▲ 충남 서산시 소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현대오일뱅크
    IPO를 통해 최대 2조원가량을 조달할 전망이다.

    이 자금은 대표이사인 강달호 부회장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원유정제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 부회장은 10월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그룹의 에너지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룹의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높이고 정유사업 매출 비중은 45%로 낮추는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3대 신사업 분야는 △정유공장의 수소 제조 설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블루수소 △정유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화이트 바이오' 연료 개발 등이다.

    이에 기존 정유사업의 구조 개편과 친환경 사업 집중을 위해 7월 석유제품 탱크 임대 자회사 현대오일터미널 지분 90%를 18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또한 자동차용 수소 연료전지 분리막 생산설비 구축과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의 공동 실증시험을 거친 뒤 2023년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밖에 충남 서산시 대산 공장 내에 수소차에 사용되는 고순도 수소의 정제설비를 구축했으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 △차세대 연료 '이퓨얼(e-fuel)' 연구 등에 나서며 수익 다각화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지분을 인수한 팔란티어와는 협업을 통해 스마트 공장 건설을 포함하는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강 부회장은 "최근 태양광 패널 소재 생산, 온실가스 자원화, 바이오 항공유 등 친환경 사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3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증시 조정으로 공모가를 다수 보수적으로 책정할 가능성을 감안, 공모가액 기준 시가총액은 8조~9조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하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3분기 기준 부채 규모는 12조원으로, 2015년 4조6276억원 이후 6년째 불어나고 있다. 이 기간 부채는 168% 뛰었으며 부채비율은 134%에서 222%로 악화했다.

    차입금은 2017년부터 늘어났다. 2017년 3분기 2조3483억원에서 올해 3분기 6조3528억원까지 지속 증가했다. 이 기간 차입금은 270% 급증했으며 차입금의존도는 49.4%에서 113%로 높아졌다.

    게다가 내년에 총 3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 도래한다. 3분기 영업이익 1731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활발한 신사업과 실적 개선 노력으로 꾸준히 몸값을 높여왔다"며 "기존 상장된 에쓰오일과는 다른,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얼마나 인정받느냐가 상장 성공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