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ICT 연합체' 출범…시너지 창출 구조 마련박 부회장, 2012년 SK하이닉스 이어 인텔 인수 주도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미래 플랫폼 투자 확대
  •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경영진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SK텔레콤
    ▲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경영진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SK텔레콤
    [라스베이거스(미국)=조재범 기자]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글로벌 투자 행보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스퀘어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사 협의'체를 구성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Waldorf Astoria Hotel)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사는 ICT 융합기술을 공동 개발 및 투자하고 글로벌 진출까지 도모하는 ‘SK ICT 연합’ 출범을 선언했다.

    이번에 연합 출범은 SK하이닉스가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은데다 SK텔레콤 분할로 SK스퀘어가 탄생하면서 반도체-통신-투자를 잇는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 구조가 마련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SK스퀘어와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기존 통신 사업이 SK텔레콤이 맡고 반도체∙ICT 투자 영역은 SK스퀘어가 담당하게 됐다. 

    SK텔레콤의 이번 인적분할 배경에는 SK그룹의 기업가치 높이기 프로젝트가 자리해 있다. SK는 2025년까지 시가총액을 1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SK그룹이 시장에서 평가 절하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효율적인 회사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겠다는 생각이다.

    인적분할로 SK텔레콤 자회사들의 위치도 변경됐다. 존속회사인 SK텔레콤 자회사에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유·무선통신 사업자들이 남게 됐다. SK스퀘어에는 그룹 최대회사인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16개 회사가 포진했다.

    이번 인적분할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모회사인 SK스퀘어를 통한 간접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그간 SK하이닉스는 모회사가 통신기업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투자회사인 SK스퀘어가 모회사로 변경되면서 반도체 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이번 연합체 결성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SK그룹 내에서도 'M&A(인수합병) 승부사'로 통하는 박정호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SK텔레콤 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했고,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지난해에는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깊숙이 관여했다.

    SK ICT 3사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향후 시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SK ICT 3사는 반도체, 5G, AI 등 다양한 ICT 영역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두루 갖춘 기업이 드문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SK스퀘어의 혁신투자 ▲SK텔레콤의 5G∙AI 기술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미래 혁신 기술을 지렛대 삼아 지속적으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SK스퀘어는 혁신 투자를 통해 SK ICT 3사의 시너지를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확장, 신기술 개발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반도체 생태계 공동 투자에 앞장서는 한편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이 미래 혁신을 이끌 넥스트 플랫폼(Next Platform)에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투자한 기업과 사업 파트너십을 강화하거나, 향후 유리한 조건으로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기회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SK스퀘어는 투자전문 기업으로서 중요한 투자 실적(Track Record)과 기업가치 증대 효과를 노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Mergermarket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기업 인수(Buyout) 시장 규모는 약 1400조원(1조1720억달러)에 달하며 2020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해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박 부회장은 "저희가 이제까지 부족했던 것들을 더 보강하고 더 우수한 문화를 만들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최고의 인재들이 일할 수 있는 일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보여드린 것"이라며 "ICT 업계의 CEO들의 고민을 보면 디지털이 완벽히 진행되는 융합적인 세상이 10년 안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는 반도체와 서비스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전부를 할 수는 없지만 양단에서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