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 "국내 다수 법률에 도입, 금융권 분쟁조정 효율 높일 것""금융사, 소송비 절약‧평판위험↓"…"소비자, 신속‧저렴 피해구제""금융당국 재량적 권한 커져‧기업 면죄부 우려" 일부 개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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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고 금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해 3월 시행된 이후 금융권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분쟁을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상제 선임연구위원은 10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동의의결 제도 도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와 분쟁이 많은 산업 분야에서 분쟁조정제도의 효율성을 높여 소비자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사업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동의의결’ 제도가 국내 다수 법률에 도입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동의의결 제도는 당국의 검사나 심의를 받고 있는 사업자 스스로 문제의 원상회복 또는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의 피해구제 방안, 재발 방지 행위 등을 제시하면, 해당 정부부처가 그 타당성을 판단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법적 성질은 명령적 행정행위지만 처분 내용을 당사자 간 합의한다는 점에서 화해에 가깝다. 

    해외 주요국에서 유사한 제도가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공정거래법과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이 제도가 이미 도입된 상태다. 

    이상제 연구위원은 동의의결 제도가 금융사의 준법 행태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는 데 민사 또는 기타 행정 제재보다 더 효율적으로 규제 목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감독수단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금소법 시행 이후 영업현장이 혼란을 빚고 부작용도 속출하자 떠오른 대안인 셈이다. 

    그는 “사업자는 동의의결 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행위의 위법 여부 판정 없이 법적 불안정성을 조기에 해소해 이의신청이나 불복소송 등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 평판위험을 줄이고 대외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소비자의 경우 사업자가 피해자 구제 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통한 시정명령이나 구제 절차 또는 별도의 개별적인 소송에 비해 신속하고 저렴하게 직접적인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제점으로는 실체적 진실을 따져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면 당국의 재량적 권한이 커지거나 기업에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사건 처리에 임하지 않거나, 유사사건을 처리하는 법 적용 선례가 되지 못해 어떤 행위가 합법적이고 어떤 행위가 위법인지에 대한 법 해석의 예측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금소법 강화를 위한 동의의결 제도 활용은 적용범위와 절차 개시, 심의 기준, 조기종결, 취소사유, 이행관리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형사 고발이 필요한 위법 사건 외에는 신청 사건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감독 당국의 모든 제재 대상 행위를 적용범위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승인심사 과정에서 그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의의결 방안이 적정하지 않을 경우 동의의결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동의의결한 시정방안의 이행여부 등 사후관리를 위해 위탁기관을 지정해 이행관리 업무를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에 축적된 제도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합리적이고 개선된 동의의결 제도가 향후 금융소비자법이나 금융위설치법 등 금융관련법에도 도입돼 위법여부의 다툼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감독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신속하면서도 시의성 있는 금융소비자보호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