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대우조선 기업결합 끝내 불허2019년 심사 개시 이후 3번이나 미뤄EU 몽니, 1년새 156% 급등한 LNG값 때문?출혈경쟁·중복투자 등 조선 악성환경 개선 수포될라
  • 지지부진하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끝내 무산으로 일단락됐다. 유럽연합(EU)가 두 기업의 결합심사를 불허했기 때문인데, 3년째 시간만 끌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U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집행위는 "M&A가 실현되면 LNG운반선 시장의 60%을 점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가 탄생된다"며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집행위 경쟁담당은 "LNG는 유럽 에너지원 다양화에 기여하며 에너지 안보를 향상시킨다"며 "LNG운반선은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합병은 EU 고객사들에는 적은 대안만 남게 돼 소비자들이 더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합병된 업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들이 유럽 내 수요를 위해 경쟁하는지를 살폈다"고 덧붙였다.
  • ▲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자료사진
    ▲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자료사진
    승인만 기다렸던 한국조선해양 측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시장은 단순히 기존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EU 공정위에 지난 2년간 설명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합병을 승인한 싱가포르는 시장 점유율이 높을 지라도 조선 산업의 경쟁은 입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효 경쟁자가 존재한다면 독과점으로 볼 수 없다는 관점이다.

    LNG선박 건조를 위해서는 화물창 기술이 가장 중요한데, 프랑스 GTT사와 노르웨이 모스 마리타임사가 이에 대한 기술 독점권을 갖고 있다. 조선사들은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며 라이센스를 받아 건조하며, 전 세계적 30개사 이상이 이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 외에도 중국 후동조선, 일본의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복수의 경쟁자가 있어 독과점 우려는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유럽의 객관적인 기관이 실시한 고객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본 기업결합이 LNG선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유럽의 고객은 사실상 없었다"며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시장 독과점 우려는 인수합병이 시작된 2019년부터 제기됐는데 왜 3년이란 시간을 끌었는지에 주목한다. EU집행위는 기업결합심사 개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번이나 연기했다. 때문에 한국조선해양도 인수기한을 네 번이나 연기해야 했다.

    EU 몽니의 이유는 부쩍 오른 LNG 가격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기준 LNG가격은 톤당 799.31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7.25달러(156.14%) 급등했다. 코로나 이후 폭발하는 수요 회복과 예년보다 추운 한파가 이어지면서 LNG 소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천연가스 수요가 집중된 유럽 지역은 LNG 공급망이 붕괴 직전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유럽 천연가스 가격 상승폭은 300%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LNG선박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조선사 탄생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EU집행위는 심사 승인을 조건으로 한국조선해양에 LNG선 사업부 일부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양사 결합으로 출혈경쟁과 중복투자 등 조선업계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며 "정부의 조속한 후속 조치로 업계 체질 개선에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