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승인 불허 가닥… 현대중 인수합병 무산 우려 이동걸 회장 '플랜 D' 촉각… 벌써 몇몇 기업 거론수주 실적 좋고 군함 건조 능력 우수몸값 3.6조→2.6조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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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끌어온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끝내 무산될 위기다. 20년간 산업은행 관리를 받은 만큼 조선업계에서는 벌써 새 주인이 누가될 지 촉각을 곤두세운다.1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승인을 불허할 것으로 전해졌다. EU집행위는 2019년 두 기업의 인수합병 발표에 따른 경쟁국 기업결합심사를 시작했지만, 3년 가까이 차일피일 미루다 내년 1월 20일 최종 심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EU의 심사 승인을 얻지 못하게 되면 합병은 사실상 무산된다. 대형 선주가 밀집한 유럽 지역에서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머스크, MSC, CMA CGM 등 글로벌 선복량 1위부터 3위 선사 모두 유럽 국적이다. 중국 코스코, 일본 ONE의 선복량을 합쳐도 머스크나 MSC 선복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더욱이 중국과 일본은 조선산업 경쟁국이다.EU가 합병을 반대하는데는 LNG선박 독과점 우려가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선박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LNG선은 척당 2억달러가 넘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탄소중립에 따른 해운규제에 대응가능한 친환경 선박으로 꼽힌다. 합병회사가 LNG선가를 높이면 유럽 선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얘기다.올해 한국 조선 빅 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기록적인 수주를 따냈다. 향후 3년 이상 일감을 확보한 만큼 내년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이번 합병이 무산되면 조속히 다음 인수 의향자를 찾을 절호의 시기로 평가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플랜 D까지 고민한다"며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후속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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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두 가지다. 새 인수자를 찾거나 파산 시키거나다. 후자의 경우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회생에 들어간 혈세만 7조원이 넘는다. 잠수함 등 군함 건조 기술은 안보 측면에서도 놓칠 수 없는 자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수선 사업본부만 따로 떼 매각하는 방안도 고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은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 중심으로 의사를 타진하는 단계"이라고 했다.속도가 필요한 매각 작업이다 보니 EU 심사가 최종 불발되면 조만간 인수 후보군이 떠오를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시가총액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에 합의할 당시 3조6000억원 수준에서 2조6000억원으로 떨어져 부담을 덜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동걸 회장이 자신의 임기인 2023년까지는 결론내려 할 것으로 전망한다.자천타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최근 방위산업에 힘을 쏟는 한화, 효성 등이다. M&A 시장 단골 손님 SM그룹도 주목받는다. SM그룹은 지난해 한진중공업 인수를 추진하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도 입에 오른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現 포스코인터내셔널)에 3조4000억원을 쏟아부어 인수에 성공했다.조선업계 관계자는 "전통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선뜻 인수에 나서는 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와 산업은행이 파격적 조건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