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1.05%p↑시장금리에 은행 가산금리까지 뛰어1년간 이자부담 평균 64만 4000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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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간 대출금리가 1%포인트(p) 이상 뛰면서 대출자의 이자도 1인당 평균 64만 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올해 말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1.75%까지 오르면 이자는 다시 50만 원 가까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약 2년간 저금리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로 집·주식·가상화폐 등 자산 투자에 몰두해온 대출자의 경우 이자 부담에 자산 가격 하락까지 더해지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대적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과 급격한 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570∼5.070% 수준이다. 2020년 12월 31일(2.520∼4.054%)과 비교해 약 1년 새 하단과 상단이 각 1.050%포인트, 1.01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연 2.690∼4.200%에서 3.750∼5.510%로 올랐다. 최저 금리가 1.060%포인트 뛰었고 최고 금리는 1.310%포인트 급등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440∼4.73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2020년 12월 말(2.650∼3.760%)보다 하단이 0.790%포인트, 상단이 0.970%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경우 올해 들어 불과 14일 만에 최고 금리가 0.532%포인트(4.978→5.510%) 뛰었다.

    이는 시장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같은 기간 2.259%에서 2.490%로 0.231%포인트 높아졌다.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크게 올린 것도 금리 인상 폭을 키웠다. 가산금리는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은행이 업무·위험 비용 등을 명분으로 지표금리에 임의로 덧붙이는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우리아파트론' 고정금리 상품의 가산금리를 2.60%에서 3.07%로 0.47%포인트나 한꺼번에 올려잡았다.

    이처럼 지난 1년간 대출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많이 불어난 상태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대출 이자 부담이 각 3조 2000억 원, 6조 4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규모(1744조 7000억 원)에 은행과 모든 대출기관의 변동금리 비중이 73.6%로 같다는 가정을 적용한 결과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금리가 0.25%포인트, 0.5%포인트 오를 때 289만 6000원에서 각 305만 8000원, 321만 9000원으로 16만 1000원, 32만 2000원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추산대로라면 지난 1년간 대출금리가 약 1%포인트 뛰었기 때문에 전체 대출 이자 규모는 이미 12조 8000억 원(3조 2000억 원×4), 1인당 이자액도 64만 4000원(16만 1000원×4) 늘어난 것으로 짐작된다.

    더구나 금리 상승과 이자 증가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올라 1.50% 수준이 돼도 긴축으로 볼 순 없다"고 말해 최소 한 번 이상의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올해 0.25%씩 두 차례 정도 더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1.75%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예상대로 올해 기준금리가 0.75%포인트(0.25%포인트×3) 뛰고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의 전체 이자는 9조 6000억 원(3조 2000억 원×3), 1인당 이자도 48만 3000원(16만 1000원×3) 더 늘어난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대출자는 일단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겠지만 레버리지(차입투자)로 얻은 자산 가격 자체가 취득 가격보다 낮아지면 자산 매각 도미노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179.9)는 한 달 새 0.79% 떨어졌다. 19개월 만의 하락이다. 경기도 실거래가 지수(-0.11%) 역시 2년 6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도 14일 현재 2921.92로 작년 7월 6일 사상 최고치(3305.21)보다 11.6% 낮아진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15일 현재 5200만대)은 지난해 11월(8200만원대)과 비교해 불과 약 2개월 사이 37%나 추락했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런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 타격, 급격한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과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기 시작하는 임계치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45.9%로 분석했다. 작년 3월 말 평균 DSR은 36.1%다.

    아직 가계의 전반적 채무상환 부담이 소비를 줄일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DSR이 만약 8%포인트 뛸 경우 저소득층, 청년층 대출자 가운데 27.7%, 19.7%는 소비 임계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가계의 높은 실물자산 보유 비중, 고위험 가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가계의 실질소득이 많이 감소할 경우 가계가 실물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주택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