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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고 사겠다"…광주 붕괴사고로 '후분양제' 재부상

공정 60% 이후 분양… 직접 확인하고 청약"시공사 보다 철저한 안전-품질 관리 가능"자금조달 등 한계…"현장관행 개선이 더 시급"

입력 2022-01-20 08:51 | 수정 2022-01-20 11:17

▲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연합뉴스

"후분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증명됐다. 이번 기회에 후분양이 늘었으면 한다."

"현대산업개발뿐만 아니라 다 똑같다. 후분양 적극 찬성한다."

최근 발생한 '광주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신축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후분양제' 도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양시점과 주택품질간 연관성보다는 하청-재하청 구조로 이어지는 '단가후려치기' 관행해결이 우선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을 요구하는 수요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이번 붕괴사고가 무리한 공기단축이 불러온 부실공사 때문일 것이라는 업계 전반의 추측과 무관하지 않다.

후분양제는 주택을 짓기 전 분양자를 모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물 골조공사 등 건축공정을 60%이상 진행한 후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어느 정도 지어진 건물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고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 현장사고나 공기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재산권 피해를 줄이는 장점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후분양제 도입시 건설사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사고피해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만큼 더욱 철저한 안전·품질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선분양제보다 공기에 대한 부담도 줄어 부실시공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후분양제를 적용할 경우 분양전에 건물이 무너지면 건설사가 모든 손실을 떠안게 되니 사고예방이나 부실시공 근절에 대해 보다 철저히 감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재 근본적으로 제도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분양제나 건설사 직접시공제 등이 논의되는 것이 훨씬 소비자들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도 "실물을 보지 않고 사는 개념인 선분양제는 판매자가 물품을 최상품으로 만들 유인이 사라져 부실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차원에서도 부실시공 논란이 있을 때마다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재인정부 역시 정권초 '후분양'을 권장했다. 주택의 안전과 품질 개선뿐만 아니라 부동산투기를 막아 주택시장 안정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 "공공주택의 경우 단계적으로 후분양을 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겠다"며 이듬해 '후분양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후분양을 하면 부실시공 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위험이 낮아진다는 데 동의했다.

로드맵에는 올해까지 공공분양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민간은 공공택지 우선 공급과 기금대출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후분양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그러나 2020년 집값 상승세에 주택 공급이 급해진 정부는 입주 2~3년 먼저 진행하는 본청약 시점을 1~2년 더 앞당긴 사전청약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후분양을 정착시키겠다더니 실제로는 토지 확보조차 되지 않은 선선분양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아파트. ⓒ강민석 기자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주택품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공정이 진행된 상태라도 일반 소비자가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아파트의 하자 대부분이 마감 공사에서 발생했다"며 "이 같은 문제를 80% 공정 수준에서 발생하기는 어렵고 중대 결함도 소비자가 현장을 보고 쉽게 알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설사 입장에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도금을 내는 선분양에 비해 목돈을 일시에 내야 하는 만큼 후분양이 보편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후분양은 분양 계약자들을 통해 중도금을 미리 받는 선분양과는 달리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조달해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건설사의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중견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2의 광주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현장감리를 강화하고 하도급구조의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는 "부실시공은 하청구조에서 단가가 줄어들다 보니 자재나 인력수준이 낮아져 발생하는 문제"라며 "공기단축도 입주시점을 앞당겨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관행이 본질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 수요자들이 부실시공을 우려하고 건설업계를 불신하게 된 점은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분양 방식보다는 건설현장 내 안전점검, 제도 마련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광주사고에서의 공기단축에 따른 무리한 시공과 후분양제 도입은 별개라고 입을 모은다. 공기는 사업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후분양제하에서도 공기 관리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분양제를 하더라도 일정기간내 공사를 마칠 수 있느냐는 사업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공기는 가능한 한 연장되지 않도록 하는 게 현장의 필수항목이기 때문에 선분양과 후분양 하에서 공기가 다르게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도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공기는 정해져 있고 공기를 지키지 못하면 발주처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며 "후분양을 하면 공기, 비용 등의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성재용 기자 jay1113@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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