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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兆, 10번째 '빚잔치'… 금리인상·고물가 부담 가중엔 '눈감아'

정부, 추경안 확정… 소상공인 320만명에 300만원씩 지급24일 국회 제출… 與 "25조~30조"·野 "35조+α" 증액 주장나라살림 적자 70조 육박… 이자 부담 늘고 물가 자극 우려

입력 2022-01-21 11:31 | 수정 2022-01-21 11:46

▲ 한산한 음식점.ⓒ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유례없는 2월 꽃샘 추경(추가경정예산안)안을 21일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10번째 추경이다.

이번 추경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게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주는 게 핵심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지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부작용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빚을 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나라살림 적자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이자 부담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에 대거 돈이 풀리면서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

▲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 주재하는 김부겸 국무총리.ⓒ연합뉴스

◇14조 추경안 속전속결로 편성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소기업 320만곳에 300만원 상당의 방역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집합금지·영업시간 제한 등 손실보상 대상 업종뿐 아니라 여행·숙박업 등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까지 포괄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도 기존 3조2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1조9000억원을 늘린다.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을 기존 1만4000개에서 2만5000개로 늘리고 먹는 치료제를 40만명분 추가 구매(총 100만명분 확보)하는 등 방역을 보강하는 예산도 1조5000억원 포함됐다.

이번 추경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새해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정부는) 현 단계에서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한 지 33일, 김 총리가 이달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추경을 공식화한 지 1주일 만에 국무회의 통과를 마쳤다.

정부가 1월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사실상 초유의 일이다. 1951년 1월14일 추경안을 국회에 낸 적 있으나 당시는 한국전쟁 도중으로 정부 운영상황이 여러모로 현재와 달랐다. 이후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9일 추경을 제출한 게 시기적으로 가장 빠른 기록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매년 추경을 짜왔다. 출범 직후인 2017년 일자리 확대를 이유로 11조원의 추경을 편성했고 이듬해 3조9000억원, 2019년 6조7000억원 등 긴급 재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4차례에 걸쳐 66조800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지난해도 2차례에 걸쳐 49조8000억원의 추경을 짰다. 가뜩이나 확장적 재정 운용으로 슈퍼 본예산을 편성해왔던 터라 '재정중독', '춘하추동 추경'이란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번 추경안이 그대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 문재인 정부 5년간 추경 편성 규모만 총 151조원을 넘게 된다.

▲ 추경.ⓒ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확정한 추경안을 오는 24일 국회에 낼 예정이다. 추경 규모는 소위 '국회의 시간'을 거치며 늘어날 공산이 적잖다. 홍 부총리는 이번 추경이 올해 예산을 집행한 지 보름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추경 재원 대부분이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되는 점을 들어 정치권의 증액 요구에 반대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가 제시한 추가 방역지원금 지급대상(320만명)과 지급액(300만원)을 모두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경 규모가 25조∼30조원은 돼야 한다는 태도다.

지난해 여당의 추경을 매표행위로 규정하고 '빚상누각'이라며 비판했던 야당도 정작 추경이 공식화하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견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을 만나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금을 현행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며 32조∼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은 재원을 적자국채보다는 올해 슈퍼 본예산 608조원에 대한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앞선 18일 신년인사회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추경 규모로 25조원 이상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을 공약하며 제시한 50조원의 절반을 이번 추경에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추경안은 이르면 다음 달 10일 처리될 전망이다. 여당은 늦어도 14일까지는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국가채무.ⓒ연합뉴스

◇초과세수 활용은 나중에 당장 빚내야

이번 꽃샘 추경은 부작용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초과세수를 활용한다고 했지만, 국가회계 결산이 4월에나 이뤄질 예정이어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 14조원의 81%에 해당하는 11조3000억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나머지 2조7000억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한다.

나랏빚은 올 본예산을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해 1064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추경안을 포함하면 적자국채 발행으로 1075조7000억원까지 불어난다. 국가채무비율은 50.1%로, 본예산 편성 당시보다 0.1%포인트(p)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총지출 규모도 621조7000억원으로 늘어 나라살림 적자는 더 커지게 됐다. 총수입(555조6000억원)은 그대로인데 씀씀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8조1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또 다른 문제는 금리 인상 시기여서 빚을 낸 후 이자 부담도 덩달아 늘게 된다는 점이다. 재정당국은 지난해 국고채 이자비용으로만 21조4673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0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6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119%에 장을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연 2.148%까지 오른 뒤 이틀간 내리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가 다시 반등하며 상승 폭을 키웠다. 10년물(연 2.558%)은 2.1bp, 5년물(연 2.346%)은 4.5bp, 2년물(연 1.941%)은 5.2bp 각각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추경에 따른 추가 적자국채 발행분을 최대한 나눠서 조금씩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채시장의 부담 가중을 염려한 것이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은행채가 오르면 가계대출 금리까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 물가 비상.ⓒ연합뉴스

설상가상 추경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고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7% 올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은 이미 정한 예산이 부족할 때 편성하는 것이다. 연초에 편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어 재정 건전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며 "정치 일정(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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