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물가 3.6%↑…4개월 연속 3%대 상승 10년여만근원물가도 3.0%↑…10년만 3%대 상승률 기록전기료 등 공공서비스도 0.9%↑…전세 21개월째 상승
  • ▲ 유류세 인하에도 '고공행진'.ⓒ연합뉴스
    ▲ 유류세 인하에도 '고공행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도 석유류가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외식 물가 역시 껑충 뛰었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 올랐다. 지난해 11월(3.8%) 이후 매달 0.1%포인트(p) 낮아지고 있으나 4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가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년6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근 10년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9월 6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선 후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다가 지난해 2월(1.1%)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대 이상 상승률은 지난해 4월(2.3%) 이후 10개월째 이어졌다.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11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상승했다. 석유류는 16.4% 올랐다.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0.66%포인트(p)로, 1월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휘발유(12.8%), 경유(16.5%), 자동차용 LPG(34.5%), 등유(25.7%)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지난해 11월12일부터 유류세를 20% 내렸지만,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에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06(0.07%) 오른 배럴당 88.2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다.

    석유류 가격이 뛰면서 공업제품도 4.2% 올랐다.
  • ▲ 전기료.ⓒ연합뉴스
    ▲ 전기료.ⓒ연합뉴스
    전기·수도·가스는 전기료(5.0%), 상수도료(4.3%), 도시가스(0.1%)가 각각 올랐다. 지난해 9월 0.3% 내렸던 전기료는 2017년 9월(8.8%) 이후 최대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3원)보다 3.0원 올리면서 반등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0.9%)와 개인서비스(3.9%) 모두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외래진료비(2.3%), 입원진료비(1.5%)는 오르고 부동산중개수수료(-7.7%)과 유치원납입금(-6.3%)는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13.4%)와 생선회(외식·9.4%), 쇠고기(외식·8.0%), 공동주택관리비(4.3%)가 올랐다. 반면 병원검사료(-25.2%), 학교보충교육비(-8.0%), 승용차임차료(-6.3%), 가전제품렌탈비(-2.0%)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5.5%)는 지난해 7월(2.5%) 이후 상승세다. 오름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물가상승률 기여도 0.69%p로, 석유류보다도 컸다.

    집세(2.1%)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2.9%)와 월세(1.1%) 모두 상승했다. 전세는 2017년 8월(2.9%)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21개월 연속, 월세는 20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오름폭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농축수산물도 기온 급감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상승률이 6.3%를 기록했다. 배추(56.7%), 딸기(45.1%), 수입쇠고기(24.1%), 달걀(15.9%), 돼지고기(10.9%)가 대폭 올랐다.
  • ▲ 물가.ⓒ뉴데일리DB
    ▲ 물가.ⓒ뉴데일리DB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3.7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지난해 9월(2.0%) 이후 5개월 만에 3%대 상승률을 보였다.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3.16으로, 지난해보다 2.6% 올랐다.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로, 상승폭도 커졌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5.33으로,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식품(5.5%)과 식품 이외(3.2%)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8%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0.7%)와 신선과실(13.8%), 신선채소(2.1%)가 모두 상승했다.
  • ▲ 국회 기재위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 국회 기재위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1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3.7%)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다는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물가 인상 요인에 대해 "휘발유 가격, 원유 가격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의 여파가 밀려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국내적으로는 금리나 유동성 문제, 농축수산물 가격 인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예상보다 높게 인상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과 같은 소위 글로벌 공급 여파가 (물가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해 정부도 대응하는데 일정 부분 어려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