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최대 50조"… 국고채 금리 일제히 상승3년물 2.237%, 10년물 2.638%. 2018년 이후 최고치2조 규모 국고채 매입에도 인상 막기 역부족
  • ▲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2년 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후 내려오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2년 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후 내려오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추진 중인 최대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현실화되면서 국고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총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대폭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각 상임위 별로 보건복지위는 15조원 가량을, 산업통상자원위는 25조원을 증액한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안에서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여야는 정부가 제시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1인당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 제출안의 2~3배 규모는 재정당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섰지만,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고민 끝에 (추경안)을 내놓는다면 정부도 논의에 참여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는 추경의 대부분 재원은 적자국채로 마련한다는 데 있다. 14조원 규모의 정부안도 11조3000억원을 국채발행으로 마련키로 했다. 만약 50조원 규모의 추경이 통과된다면 전액 국채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홍 부총리는 "1월부터 추경을 제출한 것도 유례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물가, 국고채 시장 흔들림 등을 감안해 14조원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규모 추경 소식이 전해지자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43% 상승한 2.237%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8년 5월21일 2.251% 이후 44개월 만의 최고치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2.643%로 43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국채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시장 안정을 위해 2조원 규모의 국고채를 단순매입했으나 금리 상승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어지면 국고채 3년물이 2.3%까지 오르는 등 채권시장 불안감이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은 국채 매입 규모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축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매입 규모를 늘릴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대 높은 물가상승률에 통화정책이 끌려가는 형국"이라며 "예상보다 물가부담이 심화되고 주요국 정책부담까지 가세하면서 금리레벨 조정이 이어지는 등 투자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