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TF 가동 … 영업정지·강력 제재까지 언급, 압박 수위 최고조소비자단체 "강제 소비 유도하는 생색 보상" … 보상안 수용 거부청문회 불참·여론 냉각·이용자 이탈까지 … 쿠팡 신뢰 회복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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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의장의 사과와 1조7000억원 규모 보상안에도 쿠팡을 둘러싼 역풍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영업정지 검토와 개인정보보호 인증 취소 등 고강도 제재를 예고한 데 이어 소비자단체까지 생색내기 보상이라며 수용 거부를 선언하면서 사태는 수습이 아니라 악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 쿠팡. ⓒ뉴데일리 DB
정부는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쿠팡의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전방위 종합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플랫폼 책임성, 노동자 안전, 공정한 시장 질서 전반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특히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까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동시에 기업 정보보호 인증 제도 역시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거나 1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을 야기한 기업에 대해서는 ISMS·ISMS-P(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쿠팡은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 ISMS-P 인증을 받았지만 이번을 포함해 네 차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만큼 향후 인증 유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 부총리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이라며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쿠팡은 이날 와우회원·일반회원·탈퇴 고객을 포함한 3370만명에게 1인당 5만원 보상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1월15일부터 순차 지급되며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 4종 할인권 형태다. 전날 김범석 의장은 첫 공식 사과문을 통해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현금 보상도 아니고 결국 쿠팡에서 더 쓰라는 구조라는 냉소가 확산되고 있다. 이용권 대부분이 여행·명품 등 고가 카테고리에 묶여 있어 실제 체감 가능한 보상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4월 대규모 해킹사고 당시 SK텔레콤이 요금 50% 할인, 추가 데이터 제공, 위약금 감면 등 체감도 높은 보상책을 제시했던 사례와 비교하며 규모는 크지만 실질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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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뉴시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전 회원 5만원 지급이라는 포장은 화려하지만 결국 여론 무마용 이벤트이자 소비자 기만"이라며 보상안 수용 거부를 선언했다. 협의회는 "현금 대신 구매 이용권 지급은 실질적 피해 회복이 아니라 강제 소비에 불과하고 트래블·알럭스 중심 배정은 해당 사업 매출 확대 의도가 짙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역시 "결국 고객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유도하는 매출 확대용 장치일 뿐"이라며 "특히 쿠팡트래블·알럭스 등 부수 사업에 각각 2만원을 배정한 것은 해당 서비스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 상업적 의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국회 연석 청문회에도 김 의장, 김유석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가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여론도 악화일로다. 실질적 의사결정권자가 빠진 맹탕 청문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은 "이번 연석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면 즉시 고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이번 사태가 단순한 이미지 타격을 넘어 쿠팡 비즈니스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플랫폼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이후 쿠팡의 주간 신용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약 4% 감소했다. 앱 일간활성이용자수(DAU) 역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00만명 선이 무너지며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 보호 체계와 지배구조, 플랫폼 책임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향후 규제 환경이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정부 조사 결과가 쿠팡의 기존 주장과 다르게 결론날 경우 보상 및 제재 수위가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사과와 보상을 동시에 꺼내 들며 수습 의지를 보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 전방위 조사, 소비자단체 수용 거부, 청문회 불참 논란까지 겹치며 신뢰 회복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결국 핵심은 약속한 조치가 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행되며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검증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