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구두개입·수급대책에 1480원대서 1440원대로 급락해외IB 12곳, 3개월 1440원·12개월 1424원 제시연말 종가 낮아질 수도 … 1400원대 중반 '뉴노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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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환율이 급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올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420원대'라는 역대 최고 수준을 사실상 굳히는 흐름이다.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개입과 수급 대책,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소식이 겹치면서 연말 종가 부담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고환율이 연중 내내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40.3원이었다. 지난달 4일 1437.9원 이후 약 1개월반 만의 최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24일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과 수급 대책 이후 30원 넘게 급락했다.

    3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으로, 급등 흐름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지난 26일에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소식이 전해지며 장중 142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틀간 고가와 저가의 변동 폭은 55.4원에 달했다.

    급락 이후 시장은 연말 종가가 지난해 1472.5원보다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상승 관성이 꺾이고 심리적 저항이 생긴 만큼 연말까지 1450원 아래에서 등락할 수 있다고 본다. 환율이 급락한 만큼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추격 매도 형태로 출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연말 종가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재무제표상 외화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종가 수준에 따라 외화부채가 많은 곳의 신용도와 내년도 대출·투자 여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환율의 핵심은 '레벨'이다. 올해 12월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연평균 환율은 1421.9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연평균 1394.9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중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4분기 평균 환율은 1452.6원으로, 올해 1분기 평균 1452.9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평균 1420원대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면서 "이 흐름이 고착화하면 원화가 약세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의 시각도 '급락 이후에도 1400원대가 이어질 수 있다' 쪽에 가깝다. 12개 해외 투자은행의 환율 전망 평균은 3개월 1440원, 6개월 1426원, 12개월 1424원으로 제시됐다.

    개별 전망치는 3개월 기준 1400원에서 1460원까지 분포했고, 6개월 기준으로는 1400원에서 1450원까지로 제시됐다. 12개월 전망에서는 일부 기관이 1390원대까지 낮게 보기도 했지만, 다수는 1400원대 초중반을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치와의 괴리도 논쟁거리다. IMF는 2024년 기준 적정 원·달러 환율을 1330원 선으로 추정했다. IMF는 2024년 평균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가 중간값 기준 2.4% 저평가됐고, 저평가 범위는 최대 5.1%에서 반대로 0.3% 고평가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현 수준의 1400원대 중반은 펀더멘털 요인보다 수급 변수가 더 크게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12개 해외 투자은행의 전망치가 주로 11월 하순~12월 초에 제시된 점을 감안하면, 최근 급락을 반영해 눈높이가 조정될 여지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