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매출 뒤엔 20년만에 최악의 영업익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후 판관비 급증가격인상에 나섰지만 향후 경쟁구도에 촉각
  • 빙그레가 사상 첫 매출 1조원 돌파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의 인수효과로 매출이 20% 가깝게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인수 이전보다도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의 대규모 영업손실이 주효했다. 

    지난해 11월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가 빙그레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해 연결 매출 1조1474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6% 신장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대폭 하락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했고 순이익은 1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1% 줄었다. 이는 빙그레가 라면사업을 철수하며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2002년 이후 최악의 수익률이다.

    지난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효과를 기대했던 빙그레 입장에서는 20년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에 빙그레가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빙그레의 수익성 악화는 지난해 내내 예견됐던 일이다. 2020년 10월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의 인수 효과로 아이스크림 매출이 대폭 상승했지만 판매관리비의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회계상 자산상각비용의 증가를 비롯해 임직원 증가에 따른 급여 부담, 통합 마케팅의 부담 증가가 주효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117억원의 연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도 부진한 실적에 쐐기를 박았다. 이는 전년 4분기의 142억원 영업손실 보다는 소폭 낮아진 규모지만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영업손실 15억원과 비교하면 몇 배나 커졌다. 해태아이스크림의 인수가 수익성에 있어서는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 셈이다.

    여기에는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합병 이후 생산, 물류, 영업이 통합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물리적으로 합병되지 않으면서 효율성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빙그레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의 비수기인 4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해왔지만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 그 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건강기능식품 유통사업 등 신사업의 비용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당장 빙그레는 합병 시너지보다는 가격인상을 통한 수익성 회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지난해 10월 주력 유제품인 바나나맛우유, 요플레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고 오는 3월부터는 투게더, 메로나 등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을 최대 25%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다만 이런 가격인상 전략이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의 통합 시너지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외형확대로 이어질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롯데제과, 롯데푸드도 가격 인상대신 제값을 받는 ‘정찰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정찰제는 매년 경쟁과정에서 흐지부지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의 가격인상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빙그레의 합병 시너지가 어떻게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