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SK그룹에 인수 '편입 10주년'2300억 적자에서 12조 이익내는 '백조'로D램·낸드 글로벌 '톱티어'... 임직원 3만 넘는 규모 성장'반도체' 베팅 최태원 '선구안'... 과감한 투자, 결실로M&A로 '승부수'... 키옥시아·키파운드리 이어 '인텔 낸드' 인수도
  •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지 10주년을 맞았다. 무리한 베팅이라던 하이닉스 반도체를 과감히 인수해 선구안을 보여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제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업으로 넘보기 힘든 재계 2위 그룹을 거느리게 됐다. 3조 9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산 회사에 수십 조의 투자를 거쳐 완성된 오늘날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또 한번 도약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14일 SK그룹에 편입된지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2년 2월 14일 공식적으로 SK그룹에 인수되면서 새 역사를 쓰게 된 SK하이닉스는 인수가 3조 9000억 원에 불과했던 기업 가치를 10년 만에 시가총액 100조 원 수준으로 키우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지난 10년 간 성장가도를 달렸다. 인수 당시 2300억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그에 앞서서도 만년 적자로 위태로웠던 하이닉스는 지난해 43조 원매출에 영업이익은 12조 4000억 원을 넘는 규모로 커졌다.

    SK하이닉스는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D램과 낸드 플래시 사업에서 각각 업계 톱티어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주력인 D램의 경우 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27.6%(지난해 3분기 기준)로 2위이고 낸드 점유율은 올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시너지를 내며 기존 3~4위권에서 안정적인 2위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 간 SK하이닉스는 고용에 있어서도 존재감이 상당해졌다.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지난 2011년 말 기준으로 임직원수는 2만 명을 채 넘지 않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임직원 수는 3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채용을 준비하고 있어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 이처럼 하이닉스가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아무래도 하이닉스 인수에 최종 판단을 내린 최태원 회장의 선구안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적자 투성이이자 대규모 설비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승산이 없었던 반도체 회사를 전격 인수해 과감한 투자와 선제적인 기술 개발에 힘을 실어줬다.

    최 회장은 반도체 산업 자체가 빛을 보지 못한 시절부터 때를 기다리며 부지런히 기반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이듬해 적자에서 벗어나게끔 회사를 정비한 이후 본격적으로 설비투자와 신공장 준공에 나섰다. 인수 3년차인 지난 2014년에는 중국에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준공했고 이듬해엔 현재 SK하이닉스의 생산 중심 기지인 경기도 이천에 'M14' 생산라인을 건설했다. 낸드 생산을 맡고 있는 충북 청주에는 'M15'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2월에는 이천에 'M16' 라인 준공을 마치며 미래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갈 핵심 기지를 갖출 수 있었다. 이 라인에는 EUV 공정이 처음으로 도입돼 SK하이닉스의 차세대 D램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인수·합병(M&A) 승부수로 탄생한 기업답게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하이닉스도 자체적으로 꾸준히 크고 작은 M&A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진심이었다.

    우선 지난 2017년 옛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가 매물로 나오자 4조 원 가량을 들여 지분 15%를 인수하며 반도체 M&A시장에서 새로운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앞서서도 미국 바이올린 메모리의 사업 일부를 인수하고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을 인수하는 등 M&A시장 매물을 자주 들여다보고 전략을 짰다.

    SK하이닉스의 M&A 전략은 최근 1년 사이 특히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0월에는 파운드리 시장 성장세에 주목해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 인수를 결정한 바 있다. 뒤이어 12월에는 해를 넘기지 않고 인텔 낸드사업 인수건을 1차 마무리 지으며 10년 SK하이닉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가 성사된 기념비적인 해가 됐다.

    이 중에서도 인텔 낸드사업 인수는 앞으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또 한번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는 무려 10조 3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이번 M&A를 추진하는데 성공했는데 D램에 이어 낸드에서 세계 최강의 기술력과 점유율을 갖출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