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 665조높은 반도체 수요에 생산량 확대 결과실적도 '고공행진'...역대급 매출 1위 탈환 삼성쌓이는 현금, 투자 확대로... 매년 수십조 투자 예고경쟁력 확보 탄력받는 M&A... 고민 깊은 삼성 결정에 '촉각'
  •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기에 버금가는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부턴 설비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앞다퉈 나설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준 인텔이 생산능력 키우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M&A까지 나서고 있어 신중하게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에 압박감이 더해지고 있다.

    17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규모는 5559억 달러(약 665조 원)으로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출하량은 1조 1500억 개로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서 수요는 여전히 높아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늘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지난해 늘어난 생산량에 따라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었다. 기존 1위였던 인텔을 꺾고 3년만에 반도체 왕좌에 앉은 삼성전자는 94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롭게 썼고 영업이익도 51조 630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7~2018년 반도체 슈퍼 호황기에 이은 역대 3번째 실적을 남기게 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8%, 43.45% 늘어난 수치로 활발한 반도체 시장 분위기를 대변했다.

    인텔은 2위로 주저앉았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삼성 못지 않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인텔은 790만 2000만 달러(93조 8000억 원)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삼성 대비 30억 달러 가량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선 충분히 호실적으로 볼 수 있다.

    호실적으로 쌓은 자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최근 반도체업계의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반도체는 시장 흐름에 앞서 선제적으로 설비 투자를 진행해야 그나마 경쟁이 가능한 업계인데, 최근엔 특히 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심각하게 겪으면서 제조사들이 앞다퉈 신공장을 짓고 라인을 늘리는 등에 수십조 원을 아끼지 않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이른바 반도체 '쩐의 전쟁'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수준이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만 43조 6000억 원을 투입해 벌어들인 매출의 거의 절반 가량을 다시 투자한 셈이었는데 올해는 이를 뛰어넘는 수준의 투자가 반도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며 50조 투자 시대를 열어갈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7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만큼 연간 수십조 원의 투자가 향후 10년 가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부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부지 전경 ⓒ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삼성 못지 않은 투자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준 인텔로, 올들어 이미 미국 오하이오에 최소 200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의 반도체 신공장 준공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밝혔던 인텔의 반도체 공장 투자 규모와 앞서 진행하고 있는 투자금만 1000억 달러(약 120조 원)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최근 반도체업계 공격적 투자 경쟁을 가장 부추기고 있는 곳이 인텔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매출 대비 시설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파운드리업체 TSMC는 300억 4000만 달러(약 36조 원) 가량을 설비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TSMC는 지난해 매출액(568억 220만 달러)의 절반 이상을 파운드리 공장에 투자한 셈이다. 절대 규모는 삼성보다 적었지만 TSMC도 올해부터 미국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건설하고 일본에도 소니와 합작으로 86억 달러 규모의 공장 착공에 나선다. TSMC는 향후 3년 간 1000억 달러 넘는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최근 자체적인 생산라인 투자 외에도 외부에서 반도체 생산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M&A 대상을 꾸준히 물색하며 몸집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다. 지난해 이미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 판이 벌어진데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꾸준히 업계 플레이어들의 M&A 소식으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AMD의 자일링스 인수가 최근 마무리됐고 SK하이닉스도 인텔의 낸드사업 인수건을 지난해 말 1차적으로 완료하며 반도체업계 M&A 행렬에 동참했다. 전날에는 인텔이 세계 8위 파운드리업체인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를 공식화하며 앞서 인텔이 선언한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에 본격적으로 불씨를 당겼다.

    반도체 시장 경쟁이 각 국가의 패권주의로까지 이어지면서 추진했던 M&A가 각 국 규제에 막혀 좌절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업계 최대 딜로 꼽히던 엔비디아의 ARM 인수건이다. 미국과 영국 등이 자국 기업 보유 반도체 기술 유출과 독점 문제를 들어 사실상 인수 불가 의사를 표했고 ARM의 고객사나 경쟁사들도 같은 이유를 들어 반대했는데 결국 딜이 무산됐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는 투자대로 M&A를 통한 외연확장은 확장대로 추진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M&A를 추진하는데 조급함은 커졌지만 그만큼 조심해야 할 상황이 늘어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역대급 M&A를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은 충분하지만 각가지 경우의 수와 셈법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