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지분 1.9% 중 0.1% 남기고 모두 처분1조7천억 지분가치 1200억으로 줄어차량용 반도체 경쟁력 탐색 중 돌연 지분 매각 '눈길'車 반도체 사업 전략 변화 시사... M&A 급부상까다로워진 M&A 심사 걸림돌... 장고 거듭하는 삼성
  • ▲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3종 ⓒ삼성전자
    ▲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3종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5년 여 동안 보유하고 있던 세계 1등 전기차 회사 중국 BYD 지분을 지난해 대거 처분해 눈길을 끈다. 당초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찾는 동시에 BYD와 사업적인 협력까지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섰던 삼성이지만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사업 전략을 새롭게 세우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전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23일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BYD 지분을 0.1%(238만 여주)만 남기고 모두 매각했다. 남은 BYD 지분 가치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88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2016년 삼성은 BYD 지분 1.9%(5226만 여주)를 매입하며 처음으로 BYD와 지분 상으로 관계를 맺었다. 통상 사업적으로 협력하거나 앞으로 협력의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지분관계를 갖는 삼성은 당시 BYD 지분을 취득하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밝혔다. 전기차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기 전부터 BYD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동시에 향후 사업 협력 가능성까지 내다본 셈이다.

    이후 BYD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도 1위 자리에 오를 만큼 성장을 거듭했고 그만큼 회사 가치도 커졌다. 삼성전자도 2016년 7월에 처음으로 BYD 지분을 취득할 당시 5300억 원을 투자했다가 불과 몇 년만에 3배 넘는 평가 이익을 남기게 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앞을 내다본 투자에 성공했다고 평했다. 더불어 시총 100조 원을 넘긴 BYD가 앞으로는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완성차업계가 생산 차질 등 문제가 빚어져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기차가 더 빠른 속도로 기존 자동차 시장을 대체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런 중에 지난해 삼성은 돌연 BYD 지분 매각에 돌입했다. 지난해 1분기 중에 이미 보유 지분 1.9% 중 거의 대부분을 팔아치우고 0.3%의 지분만 남겨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직전연도인 지난 2020년 말 기준으로 삼성이 보유한 BYD 지분 가치는 1조 7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졌는데 불과 몇 달만에 BYD 지분은 2000억 원 어치 남짓 남게 됐다.
  • ▲ ⓒBYD
    ▲ ⓒBYD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추가적으로 지분 매각에 나서 최종적으론 0.1%의 BYD 지분만 남게 됐다. 앞서 보유하고 있던 ASML 지분(1.5%)과 함께 BYD 지분가치가 쏠쏠 했던 삼성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이제 조단위 평가이익을 내는 곳이 ASML 밖에 남지 않았다. 다만 ASML 지분가치는 지난해 더 급격히 커져 거의 6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 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BYD 투자로 초기 투자금을 제하더라도 최소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성적으로는 꽤나 높은 수익률이지만 삼성이 BYD와 협력을 도모하거나 사업적 성과를 얻은 것은 아니라서 BYD 지분을 예상 밖에 조기 매각한데에 의구심은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당초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취하던 전략에 변화점이 생기면서 BYD 지분 매각도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완성차업체와의 협력에서 더 나아가 BYD 같은 전기차업체와의 협력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고 있던 삼성이 이런 전략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삼성이 최근 대규모 M&A를 준비하고 있는만큼 그 대상이 차량용 반도체나 전장 기업 등 완성차나 전기차업체를 고객군으로 든든하게 두고 있는 곳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더구나 최근 반도체 각 분야의 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도 차량용 반도체 분야만 향후 10년 이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에서도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울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전처럼 M&A 성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반도체를 두고 각 국의 패권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탓에 반도체업계에서의 M&A 승인 심사에 변수가 많아졌다. 특히 삼성처럼 이미 메모리 시장을 점령한 종합반도체기업에 대해선 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딜 추진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도 장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