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및 운수권에 대한 구조적 조치 시행합병취지·항공특수성·해외 추세 반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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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가 항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자충수를 뒀다. 특히 10년간 이행감시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것은 경영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국제선의 중복노선 65개 중에 여객 26개 노선, 국내선은 중복노선 20개 중에 여객 14개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10년간 슬롯 및 운수권 이전에 대한 구조적 조치를 비롯해 운임인상 제한, 좌석  공급 축소 금지 조치 등이 부과됐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시너지를 약화시키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할 역할과 책임이 있고, 그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합병 취지와 항공산업의 특수성, 해외 경쟁당국의 추세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만 깨끗한 척, 우리만 바른 척 하는 순간에 글로벌 자국 이기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대한항공이 합병을 추진했던 만큼 국내 항공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들이 향후 통합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면 합병을 안한 것보다 못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자칫 국내 항공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 있기에 공정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했던 것이다.

    특히 시정조치 적용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이행감시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한 것은 항공사의 경영자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 10년동안 직·간접적으로 경영간섭을 하겠다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여겨진다.

    구조적 조치는 공정경쟁을 위해 수용돼야겠지만, 10년간의 이행감시는 철회 또는 단축될 필요가 있다. 

    양사의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국내 항공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배려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