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관망세 조짐 중도금-잔금 대출에도 DSR 적용서울·수도권 '위태'…지방은 이미 미분양 '수두룩'분양가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등 파격조건 내걸어
  • ▲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올들어 아파트 청약 열기가 급속도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지방에서는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는가 하면 서울·수도권 인기 브랜드 단지도 청약경쟁률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러면서 분양가를 낮추거나 파격적인 계약조건을 내거는 단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인한 수요자 이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북서울 자이 폴라리스'는 최근 1순위 청약에서 295가구 모집에 1만157명이 신청해 평균 3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이다. 9억원 넘는 분양가에도 조합이 중도금 대출을 알선할 정도로 청약조건이 좋은 데다 전용 112㎡(62가구) 절반은 추첨제로 공급돼 1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쟁률이 두 자릿수에 그치면서 서울 청약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경쟁률 164대 1에도 한참 못 미쳤다. 앞서 지난해 9월 분양한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의 경우 경쟁률이 337대 1에 달했다.

    '북서울 자이 폴라리스'의 당첨 최저가점도 54점(전용 33㎡ B)에 그쳤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최저가점 평균 60점보다 6점 낮았다. 전용 84㎡, 112㎡ 주택형의 당첨 최저가점 역시 56~58점으로 50점대를 기록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 청약 단지에 '만점' 청약통장이 쏟아진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청약 가점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더해 총 84점이다.

    이미 지방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내는 단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경북 경주시에서 분양한 '신경주역 더메트로 줌파크'는 54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14명, 2순위에서 4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최종 경쟁률은 0.04대 1.

    충북 청주시에서 분양한 '충주 세경아파트'도 170가구 모집에 20명만 신청해 모든 주택형이 미달됐다. 경쟁률은 0.12대 1이었다.

    대형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 달서구에서 분양한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의 경우에도 982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66명, 2순위에서 60명이 청약하며 최종 경쟁률이 0.13대 1에 그쳤다.

    대구 달서구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 자이'는 470가구 모집에 118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0.25대 1을 기록하면서 정당 경쟁률을 채우지 못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5.5대 1로, 지난해 평균 경쟁률 19.7대 1보다 하락했다. 수도권 경쟁률은 같은 기간 31대 1에서 17.4대 1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만7710가구로, 전월 1만4094가구에 비해 25.7%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석달째 증가세다.

    분양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71.5로, 전월대비 4.7p 하락했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분양 시장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된다는 의미이고, 이하일 경우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째 하락세로, 2020년 9월 60.8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택산업연구원 측은 "상반기 분양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 사전청약 상담받는 시민. ⓒ강민석 기자
    ▲ 사전청약 상담받는 시민. ⓒ강민석 기자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청약시장 호응이 갈수록 낮아지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중도금뿐만 아니라 잔금 대출을 받을 때도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기존 주택 매수세도 주춤하는 가운데 분양 주택 역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해 청약시장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으로 수도권 청약 수요가 분산된 것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청약 열기가 식으면서 시장이 급랭하자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낮춘 단지가 등장했다.

    서울 강북구 강북종합시장을 재정비해 216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재산정해 최근 다시 공고를 냈다.

    전체 22개 주택형의 평균 분양가는 기존 6억7077만원에서 6억5825만원으로 1252만원 낮아졌다.

    분양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전용 78㎡는 최대 3550만원 떨어졌지만, 분양가가 8억원대인 전용 59㎡의 경우 가격이 최대 7240만원 올랐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대출이 어려운 주택형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평균 분양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서울의 아파트 공급물량이 희소한 만큼 미분양 우려는 적지만, 고분양가 논란과 9억원 초과 주택형에 대한 중도금 대출 불확실성에 따른 당첨 후 미계약을 우려해 분양가를 재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 은평구 수색9구역 재개발 사업인 'DMC SK뷰'는 보류지 7가구가 두 차례에 걸쳐 유찰되자 가격을 낮췄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대상자(조합원)의 지분 누락·착오 발생,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여분으로 남겨두는 물량을 말한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초 전용 59㎡를 12억7500만원, 전용 84㎡를 15억4500만원에 매각한다고 공고했는데, 올 들어 전용 59㎡는 11억5000만원, 전용 84㎡는 13억6000만~14억원으로 공급가를 1억~2억원 낮췄다.

    분양가 외에도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파격적인 분양 혜택을 강조하는 단지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계약금 정액제는 통상 분양가의 10~20%로 책정되는 계약금을 1000만원, 2000만원 등으로 낮춰 상대적으로 초기 자금 부담을 적게 한 것이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통상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의 이자를 건설사나 시행사가 대신 부담해주는 것이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완공·입주 직전 잔금을 낼 때까지 계약금 외에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없다.

    최근 경북 포항시에서 청약 접수에 나섰단 '포항 자이 애서턴'도 이 같은 혜택을 내세워 29.8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경북 구미시에서 분양된 '하늘채 디어반'의 경우 동일한 혜택으로 1순위 최고 4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완판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