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80% 이상 거래 제외… 금융 마비 러, 수출입 대금 못받아…국내기업 예외 없어유가, 원자재 중심 글로벌 물가 급등 불가피
  • ▲ 2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밖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우크라이나 국기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 2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밖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우크라이나 국기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유럽 등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기업 및 금융권의 피해가 막대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이 러시아 제재 일환으로 '금융의 핵무기'라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스위프트는 1만1000개 이상의 전세계 금융기관이 결제 주문을 주고 받는 전산망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4200만 건의 거래가 스위프트를 통해 이뤄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이날 아시아 오전 거래서 달러대비 20% 추락하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급락세도 만만치 않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하루새 4.88% 급락한 3만75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가 이번에 퇴출당하면서 사실상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러시아 스위프트 협회에 따르면 러시아 은행 300여 곳이 스위프트에 가입해 있다. 또 전체 국제 금융거래의 80%를 스위프트를 통해 이용한다.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스위프트 결제 건수가 많다. 

    러시아가 국제 금융시스템과 단절되면서 국내 기업 역시 러시아로부터 수출 대금을 받는데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무역협회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현황 및 우리기업 영향' 보고서에서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배제되면 한국기업은 대금결제 지연·중단에 따른 손해와 우회 결제로 마련을 위한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수출도 비상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약 12조 원)로 전체 교역국 가운데 12위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6444억 달러)의 1.5%다. 

    러시아는 우리나라 주요 에너지·원자재 교역국이다. 러시아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프타(25.3%), 원유(24.6%), 유연탄(12.7%), 천연가스(9.9%) 등 에너지 수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또 사태 장기화에 따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핵심 소재인 팔라듐의 전세계 공급량의 43%를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 상승도 잇따를 전망이다. 

    국내 금융권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스위프트 제재에 동참할 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내부에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대응반을 꾸렸고 영업점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거래 자제 등을 알리고 있다.

    다른 은행들 역시 미국의 추가 제재 등에 따라 수출입 업무 지연들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스위프트 제재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대러시아 익스포저가 14억7000만 달러(약 1조7706억원)로 전체의 0.4%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현지 주재원 및 유학생 등의 송금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제재가 길어질 수록 기업 대금 문제를 넘어 수출입 관리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