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사장, 직원 소통 자리서 경쟁사 수율·기술 수준 언급EUV 공정 도입 D램 수율 고민... 수율 성공 SK하이닉스 비교'싱글→더블스택' 변경 낸드 적층 기술도 "SK가 선발주자" 인정"세계 1등 사업에도 긴장감 필수"... 임직원 독려나서
  • ▲ 이정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 이정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수년째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과 후발업체들의 추격에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인텔 낸드사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수율과 기술 측면에서 삼성을 넘어서는 수준에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부적으로 임직원 독려에 나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열린 삼성전자 DS사업부문 임직원 대화 채널 '위톡'에서 직원들과 소통에 나선 이정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최근 경쟁업체들의 수율과 미세공정 기술이 자사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 사장은 매주 수요일 오후 한시간 동안 실시간 방송과 채팅으로 진행되는 이 소통자리에 이날 처음으로 참여해 이 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언급한 경쟁업체의 대표적인 곳은 최근 인텔 낸드사업 인수에 성공한 SK하이닉스로 해석된다. 지난해 반도체 수요 증가로 삼성과 SK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선전한 건 마찬가지지만 특히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업계 만년 2등 자리에서 D램 수율이나 낸드 기술력 측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이 사장의 이를 염두에 두고 발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우선 SK하이닉스 D램 수율이 일시적이지만 삼성을 뛰어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은 지난 2019년 14나노 D램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하며 D램 전체 수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현재까지도 EUV 공정에서 원하는 수준의 수율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시장의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15나노 대비 빠른 수준으로 램프업 속도가 나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고 일축했지만 당분간은 EUV 공정 수율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 사업에서 수율 높이기에 역량을 총 동원해 역대급 수준의 수율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율은 공개되지 않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D램 수율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던 곽노정 SK하이닉스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장의 추진력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삼성은 이번 임직원 대화 자리에서 조만간 다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율을 되찾아오기 위해 임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EUV 공정 수율도 빠르게 개선해나가는 동시에 기존 라인에서도 경계심을 풀지 말고 수율 확보에 힘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더불어 이 사장은 낸드플래시에서도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언급했다. 삼성은 그동안 100단 이상의 낸드에 적층기술인 '싱글 스택'을 적용해 데이터 손실이 적고 전송 속도가 더 빠른 제품을 생산해왔는데, 단수를 높이는 과정에서 '더블 스택'을 적용하게 되면서 앞서 이 기술로 낸드를 생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그간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해온 만큼 더블 스택에 필요한 관련 기술과 엔지니어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더블 스택 적용에 맞춰 이 같은 관련 기술과 장비, 엔지니어들을 갖추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이 분야에서 앞서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의식한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