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검증 이유로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 요구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에 터보차저호스 납품공정위 "대기업 불공정 하도급 관행, 경종 울릴 것"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LS엠트론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탈취해 특허를 출원한 혐의로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LS엠트론 및 쿠퍼스탠다드오토모티브앤인더스트리얼에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 13억86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LS엠트론은 2017년 자동차부품사업부를 분할해 쿠퍼스탠다드에 매각했으며 이번 사건은 자동차부품 사업부를 분할하기 전인 2012년에 일어난 일이다. 

    이 하도급 거래는 현대·기아차, GM 등 완성차 업체가 터보차저호스를 LS엠트론에게 제조 위탁하고, LS엠트론이 금형 제조업체인 수급사업자에게 터보차저호스 생산에 필요한 금형을 제조 위탁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위 조사결과, LS엠트론은 수급사업자로부터 금형 제조방법에 관한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후 제조방법에 대해 수급사업자와 협의없이 자신의 단독명의로 지난 2012년 특허를 출원·등록하는데 유용했다.

    LS엠트론은 해당 특허가 터보차저호스 제조방법에 관해 자신과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한 V사(독일 소재 자동차용 고무호스 생산업체) 기술이기 때문에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V사가 특허의 금형 제조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금형을 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금형 및 설계도면이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고 V사가 특허를 낸 제조방법에 따라 금형을 제조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또 LS엠트론은 수급사업자에게 제공받은 2건의 금형 설계도면 중 A모델에 대한 금형 설계도면의 경우, 품질검증을 목적으로 제공받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해당 금형 설계도면이 특허에 사용된 점과 전체 도면을 요구한 것은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 ▲ 터보차저와 인터쿨러 엔진을 연결하는 고무호스를 성형하기 위한 금형 기술을 탈취해 LS엠트론이 단독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터보차저는 엔진에서 연소 후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힘으로 공기를 압축, 엔진에 더 많은 공기를 흡입시켜 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엔진에 장착한다. ⓒ공정위
    ▲ 터보차저와 인터쿨러 엔진을 연결하는 고무호스를 성형하기 위한 금형 기술을 탈취해 LS엠트론이 단독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터보차저는 엔진에서 연소 후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힘으로 공기를 압축, 엔진에 더 많은 공기를 흡입시켜 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엔진에 장착한다. ⓒ공정위
    B모델에 대한 금형 설계도면의 경우, LS엠트론은 자신의 중국법인에 전달할 목적으로 수급사업자에게 요구해 제공받았기 때문에 제조위탁의 목적과는 무관한 요구행위로서 위법성이 인정됐다. 

    LS엠트론은 금형 제조방법에 관한 연구노트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LS엠트론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쿠퍼스탠다드에게는 13억8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대기업이 하도급거래 과정에서 수급사업자의 금형 제조방법에 관한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후, 그 제조방법에 대해 수급사업자와 협의 없이 자신 단독명의로 특허 출원·등록하는 데 유용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에 있어 힘의 불균형이 작동하는 하도급(도급 포함)관계에서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