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원유수출 금지 논의"…국제유가 배럴당 130달러미, 3월 금리인상 예고…신흥국 자본유출 하락 우려중, 올 성장률 '5.5% 안팎'…무역의존도 큰 韓 타격대기업 절반 "상반기 채용 미정"…겹악재 韓경제 비상
  • ▲ 경기 침체.ⓒ연합뉴스
    ▲ 경기 침체.ⓒ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부채질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발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악재가 수두룩해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우크라 사태에 글로벌 공급망 교란 가중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대외 경제여건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수출 통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를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 대상국에 포함하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은 희소식이지만, 서방이 제재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어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 시각) CNN에 출연해 "우리는 매일 (대러)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면서 "현재 유럽 동맹과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 방안에 대한 협력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국제유가가 반응했다. 외신은 6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했다고 타전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8% 폭등해 139.13달러에 거래됐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다.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5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석유류가 1년 전보다 19.4%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美연준, 3월 금리인상 예고… 신흥국 비상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에 따른 미국의 긴축 정책 가속과 중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도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긴축 행보는 세계 경제의 변수 중 하나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의 투자 자본이 빠져나갈 개연성이 높아지고 도미노 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조건이 무르익는다고 가정한다면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긴축에 대비하라고 신흥국에 경고했다. IMF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수요와 교역 둔화를 동반하면서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확산 속에 경기 회복세를 고려했다는 분석이지만, 미 연준의 긴축 가속은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시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뉴시스
    ◇中 "5.5% 성장"… '바오류' 시대 붕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급속한 경기 둔화도 문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는 31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는 중국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6% 성장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오다 지난 2016년 6.9% 성장하며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시대를 마감했다. 이어 6년 만에 '바오류(保六·6%대 성장률)'가 붕괴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이 5%를 지키는 것도 녹록지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중국당국의 민간기업 규제, 에너지 위기, 헝다(恒大)그룹 파산 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버블, 세계적 원자잿값 급등 등 경제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중국 의존도가 수출액 기준으로 25%쯤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도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p)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각에선 우크라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기름을 부으면서 경기는 하강하는 데 물가는 지속해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 씨티그룹은 국제 에너지가격이 10% 오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17%p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는 0.24%p 올라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 채용 게시대.ⓒ연합뉴스
    ▲ 채용 게시대.ⓒ연합뉴스
    ◇오미크론 급속 확산에 고용시장 다시 위축

    설상가상 고용도 다시 위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제(官製) 일자리 논란이 여전하지만, 통계청의 고용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695만3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13만5000명 늘었다. 한국경제가 IMF 외환위기에서 회복할 당시인 2000년 3월(121만1000명) 이후 21년10개월만에 최대폭의 증가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오미크론 급속 확산에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 상반기 대기업의 절반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7~25일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140개사)의 42.1%는 신규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7.9%는 아예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의 어려움(19.2%)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음(17.3%) △회사 상황 어려움(13.5%) △고용 경직성으로 인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한 탄력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어려움(13.5%) △내부 인력 수요 없음(11.5%) △하반기 공채만 진행(3.9%) 등을 꼽았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을 늘리기 위해 차기 정부가 중점 추진할 정책으로 '노동·산업 분야의 기업규제 완화'(43.6%)를 가장 많이 꼽았다.